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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01 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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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서울시 지명위원회에 의해 지정된 28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1,626개의 ‘인촌로’ 안내 시설물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강병준 기자] 1991년 서울시 지명위원회에 의해 지정된 28년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1,626개의 ‘인촌로’ 안내 시설물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 성북구(구청장 이승로)는 2월 27일 1,626번째 최후의 ‘인촌로’ 도로명판을 내리고 ‘고려대로’로 교체하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인촌로, 새 역사를 시작하는 고려대로’ 행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인근 지역의 주민과 상인, 구 관계자, 대학생, 항일운동단체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다가 대도시에서 도로명을 개명한 사례가 거의 없어 언론사의 취재열기도 높았다.


최후의 ‘인촌로’ 도로명판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직접 교체했다. ‘인촌로’ 도로명판이 분리되자 박수와 플래쉬가 연이어 터졌고 ‘고려대로’로 교체가 완성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역사적인 현장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는 주민도 많았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일제 잔재가 담긴 도로명이 적지 않으나 주소 사용자의 과반수 동의라는 조건 때문에 대도시에서 도로명 개명 사례가 흔치 않다”면서, “민.관이 협력해 이룬 성북구의 사례가 다른 지자체에 큰 자극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인촌로, 새 역사를 시작하는 고려대로’ 행사가 마무리되는 순간에는 주민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만세 삼창이 이어지기도 했다.


성북구는 이날로써 ‘인촌로’ 도로명판과 건물번호판 1,626개를 교체 완료하고 이에 대한 안내문도 발송을 마쳤다.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28일 완료를 목표로 세대별로 직접 방문해 이에 대한 설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공적장부 상의 도로명주소 전환 작업도 이미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성북구는 지난해 12월 ‘인촌로’를 사용하는 주소사용자 9,118명 중 5,302명(58%)이 ‘인촌로’가 아닌 ‘고려대로’를 사용하는 ‘도로명 변경 서면동의’를 함으로써 ‘인촌로’의 도로명이 ‘고려대로’로 변경이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성북구는 지속적으로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 고려대 총학생회와 인촌로 변경에 대한 법적인 절차들을 확인하면서 실무논의를 추진했고, 2018년 8월에는 도로명 ‘인촌로’ 직권변경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설명회와 설문조사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해 왔다. 같은 해 11월에는 성북구도로명주소위원회를 개최해 ‘인촌로’ 명칭을 다수의 주민이 선호하는 ‘고려대로’로 변경하는 내용을 의결한 바 있다.


한편, 인촌 김성수는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일제강점기 친일반민족행위 관련자’ 704명의 명단에 오른 인물로, 중일전쟁 이후 매일신보 등에 일제의 징병.학병을 지지하는 글을 싣는 등의 친일행위를 했다. 이에 정부는 훈장을 취소하고 생가와 동상 등 5곳의 현충시설을 해제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성북구는 인촌 김성수에 대한 대법원의 친일행위 인정판결과 2018년 2월 국무회의에서 인촌이 받은 건국공로훈장 취소한 정부의 결정과, 친일반민족행위와 관련된 자의 부적합한 도로명인 ‘인촌로’의 도로명 삭제를 요구한 주민, 고대총학생회, 항일독립지사선양단체연합 등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직권변경을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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