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의 제9차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주민 주도 입지 선정 제도’ 첫 도입임에도 주민 의견 고려 없이 강행되어 충남, 금산 등 9개 지역 주민의 반발을 샀다. 금산 지역 주민들이 지난 2024년 5월 27일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금산군을 경유하는 제9차 345k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한국전력공사(한전)와 지역 주민 간의 법적 분쟁이 2심으로 이어지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일 대전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효력정지 가처분 이의신청 사건에 대한 2심 1차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1심에서 금산군 주민들이 승소한 가운데, 한전 측이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이날 재판은 약 20분간 진행됐으며, 금산 송전선로 경유 대책위원회 측 박범석 위원장을 포함해 주민 36명과 변호사 3명 등 총 39명이 참관했다. 한전 측도 기존 1심 대비 인원을 대폭 늘려, 법무법인 화우 등 소속 변호사 6명과 본사 부장 및 사업 담당자 4명 등 총 10명이 출석했다. 대책위 측은 “한전이 1심과는 다른 적극적인 대응 태세를 보이며 사활을 걸고 있는 듯한 인상”이라고 밝혔다.
심문에서 한전 측은 해당 사업은 법에 따른 국책사업이며,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은 ‘전력영향평가 시행 기준’은 내부 지침일 뿐 대외적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 측 변호인은 “내부 지침이라 하더라도 송전선로 입지는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권, 재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명확한 법적 기준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특히 대책위 측은 “한전은 주민 주도 입지선정 제도를 내세우며 제도를 정비해 놓고도, 정작 해당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이대로라면 한전 마음대로 경과지를 정해도 무방하다는 논리가 되어, 주민 수용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책위 측은 “우리는 다른 곳으로 송전선로를 돌리라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를 무시한 현재의 사업 추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존선로 활용 등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자는 것”이라며 “한전이 처음부터 주민과 협의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면 이 같은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한전 측이 직전 제출한 서면(3월 31일, 4월 1일자)을 공식 자료로 인정하지 않고 심문을 진행했으며, 주요 쟁점에 대한 양측의 공방을 청취했다. 판사는 한전 측에 광주지방법원 사례 검토와 국민권익위원회 의견에 대한 한전의 회신 내용 제출을 요청했다. 또한 2차 심문기일을 4월 30일 오후 3시 30분으로 확정하며, 이후 종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전의 제9차 송전선로 건설 사업은 ‘주민 주도 입지 선정 제도’ 첫 도입임에도 주민 의견 고려 없이 강행되어 충남 금산 등 9개 지역 주민의 반발을 샀다. 지난 2월 19일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서 전 구간 사업 진행이 중단됐다. 거대 기업 한전을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지역 주민의 손을 들어준 것은 유례가 없는 최초 사례다.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건설사업 해당지역인 금산과 정읍, 완주, 대전서구 주민들은 오는 4월 28일에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앞에서 2차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양오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