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준 기자]‘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불법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은 김경수 경남지사는 자신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임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51) 경남도지사에게 특검이 실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김 지사의 컴퓨터 등 업무방해 혐의에 징역 3년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엔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가담한) 조작 기사만 1년4개월간 8만여건에 작업 기사의 링크를 보내 댓글 조작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센다이 총영사직 인사 추천 제안이 거절당하자 무마하는 조치도 했다”면서, “이런 사실은 관련자 진술과 텔레그램 및 시그널, 문자, 포털사이트 접속내역 등 물적 증거로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지사는 증인들의 진술 신빙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1년6개월이 지난 것을 사람이 완전히 기억할 수는 없다”면서, “수사나 공판 과정은 앞뒤가 다소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신빙성이 없다며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라 변화 과정에서 무엇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는지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와 접촉은 누군가에게 떠밀려서 한 게 아니라 김 지사의 선택이다. 이는 유력 정치인이 선거지원 명목으로 접근한 사조직과 접촉하고, 댓글조작 행위에 가담해 정치적 민의 왜곡에 동참하고 개인 요구에 부합해 외교관직을 제안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김 지사는 선거를 위해서라면 불법 사조직도 동원할 수 있고, 공직을 거래대상으로 보는 일탈된 정치인을 보여줬다”고 강조하고, “누구보다 민의를 반영해야 하고 중요직을 맡은 국회의원이 사조직을 동원해 그들 지원을 받으면서 은밀한 요구에 휘둘리는 건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 같은 행위는) 국민의 정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고 의사결정을 하게 도와주고 나아가 정치 발전과 선거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라져야 할 병폐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경공모의 불법성을 알면서 동참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위”라면서, “특검은 특정인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 인적.물적 증거에 따라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모(49)씨 일당이 2016년 12월 4일부터 지난 2월 1일까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1200여회를 조작하는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김씨에게 경공모 회원 '아보카' 도모(61) 변호사의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 제공 의사를 밝힌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김 지사는 결심 재판에서 10분간 최후진술을 했다.
미리 준비해온 종이를 책상 위에 올려둔 채 피고인석에 선 그는 시종일관 차분하고 단호한 말투로 재판부와 허익범 특별검사팀 측을 번갈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국민과 경남도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말문을 연 김 지사는 “드루킹 김 모 씨와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일부 회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들의 요구들은 당연히 관철되었어야 하지만, 어느 것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인사 추천이 무산되니까 그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반발했던 일부 온라인 지지자들의 일탈 행위”라고 규정하고, “그런 일이 있기 전까지 저에게 경공모는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지지모임이었고, 정치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성실하게 대해줬다. 이는 정치인의 숙명 같은 것으로, 다시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 해도 똑같이 대할 수밖에 없다”고 일축했다.
김 지사는 이어 “이런 저의 선의를 악용하고 조직 장악을 위해서 활용했다”면서, “미리 이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면 정치적 책임을 온전히 감당하겠지만, 불법적 방법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까지 공격한 저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선 진실을 밝히고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란 타이틀에 대해선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라면서, “제가 잘못되는 것은 노 전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게 되는 일이란 생각으로 매사에 조심하고 처신에 주의를 기울여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서 국정원을 동원한 불법 댓글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두세 번 만난 사람과 불법을 공모하고 온라인에서 선거운동을 공모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며 인사 추천을 역제안했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도 “도움받을 생각이었으면 그들 요청을 당연히 들어줬어야 한다”면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대선 이후 드루킹 김씨에게 지방선거를 특정해서 지지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 때 겪었던 시행착오가 너무 뼈아파서, 지지자들에게 대선이 끝나도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게 끝까지 함께 해달라는 얘기를 늘 입에 달고 살았다”면서, “이것이 어떻게 제 지방선거를 도와달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특검 측은 최종 의견을 밝히던 중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을 본 후 김씨 측에 100만원을 줬다는 부분을 거론하며 강한 의심이 든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김 지사는 “정말 강한 의심이 들 정도의 사안이라면 조사 과정에서 저에게 오히려 확인하고 조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와 대질조사 마지막에 제가 검사에게 왜 조사하지 않느냐”면서 확인을 요청했고, 검사는 “이미 경찰에서 정리된 문제”라면서, “김씨에게 질문한 것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발언을 마무리하면서 “누구보다도 이 사건의 진실이 하루빨리 밝혀지길 원한다”면서, “실체적 진실을 반드시 밝혀달라”고 재판부에 거듭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