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훈 기자]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20일 정부가 차관회의에서 기존 입장의 변화 없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판단키 위해 ‘시급 계산 시간’을 정할 때, 소정 근로 시간에 주휴 시간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련 개정안은 이날 열린 차관 회의를 통과했고, 다음 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경총은 이날 경영계 입장문을 통해 “이번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정부가 기업들을 단속.시정하고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무노동시간’까지 행정 자의적으로 포함해 과도한 단속 잣대를 만들어 기업에 부당한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이어 “이 때문에 기업은 근로를 제공 받지 못함에도 주휴수당 등 유급휴일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현실에 더해 최저임금 위반 대상으로까지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휴 시간은 일주일 동안 근무 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주는 유급휴일만큼의 가상 시간으로, 만일 분자에 총급여를, 분모에는 기존 소정의 근로시간에 주휴 시간까지 더해 시간당 급여를 계산하면 그 금액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실제로 많은 연봉을 지급하지만 최저임금 산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
앞서, 실제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5000만원에 이르는 현대모비스는 최근 고용부로부터 최저임금 위반으로 시정 지시를 받았다.
경총은 “객관적이고 단일하게 설정돼야 할 정부의 단속기준이 ‘노조의 힘’에 따라 기업별로 달라져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고임금 근로자까지도 최저임금 위반 대상이 되게 만드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제도”라고 강조했다.
경총은 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은 법 위반 시 징역 또는 벌금이 부과되는 형사법적 사항으로 국회에서 입법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점에 경제계 모두가 동의하고 있음에도 정부가 편법으로 시행령으로 처리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형사처벌의 기준과 가능성을 넓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정면으로 반한다”면서, ““최저임금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고, 입법체계를 행정부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고용노동부가 행정지침을 실효화 시킨 대법원 판례를 존중하기는커녕 행정지침을 시행령으로 행정 법령화함으로써 오히려 대법원 판례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삼권 분립 원칙과 법치주의 이념에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산정체계의 전면적인 개편도 요구했다. “30여 년 전에 마련된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산정체계는 세계에서 가장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이에 대한 전면적인 수술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소정근로시간 수’만을 분모로 한 현행 시행령을 유지하고, 필요하면 정부 입법으로 제출해 국회에서 논의하라고 재차 요청한다. 이것이 국민적 상식에 비추어 볼 때 너무나 당연한 요청“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최근 2년간 30% 가까이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기업들이 생존 여부까지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경제현실을 고려해 시행령 개정을 철회해 달라”면서, “기업과 국민경제의 짐을 덜고 경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경제부총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주도적으로 이 사안을 근본부터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