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준 기자]20일 오전 9시 8분경 김명수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법관 탄핵 의견이 모아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밝혔지만 하루 종일 침묵한 것이다. 법관회의의 결의안은 이날 전자문서 형태로 김 대법원장에게 전달됐다.
김 대법원장은 전날 법관대표들과의 비공개 만찬에서도 법관 탄핵 절차에 대한 언급이 일절 없었다고 한다. 다만 “1년 동안 법관회의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논의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는 취지로 법관회의에 고마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탄핵소추 절차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의식해 사법부 수장으로서 김 대법원장이 언행을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 대법원장이 이번 주 내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법관회의가 “검찰 수사를 받자”고 결의하자 김 대법원장은 나흘 만에 “(검찰) 수사에 협조한다”고 밝혔다.
당시 법관회의 결의(6월 11일)→대법관 긴급간담회(6월 12일)→대법원장 입장 발표(6월 15일)가 이뤄졌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절차를 밟지 않겠느냐는 것이지만, 다만 큰 표차로 결정된 검찰 수사 협조와는 달리 이번 탄핵 절차 검토에 대한 법관회의 투표는 1표 차(찬성 53명 대 반대.기권 52명)로 결정되는 등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은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고위법관과 소장법관은 판사 탄핵 검토를 요구하는 법관회의 결과를 김 대법원장이 수용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A고법 부장판사는 “법관회의에 부재자투표가 없었기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반대표를 못 던져 가결된 것일 뿐이다. 사법행정에 대해 자문.건의하는 기구인 법관회의의 결의안을 김 대법원장이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지역의 C 판사는 “법관회의 결의안은 법관 내부 자성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드러낸 것이다. 법관회의 결의안을 김 대법원장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