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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28 14: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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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준 기자]‘불화했던 시간, 불화했던 시대에게 건네는 화해와 애도의 흰 국화꽃’

 

사람들은 늘 과거에 빚을 지고 살아간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삶의 의미’와 ‘가치 있는 시간들’은 우리보다 먼저 살다 간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이 맺어준 열매이다.

 

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은 남자가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형의 기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자신이 어릴 적부터 청년기까지 살았던 옛 집을 찾아오면서 극은 시작된다.   남자는 이곳에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한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군사독재시절, 그 거친 역사의 격랑에 자신의 몸도 축축하게 젖어든 것도 모른 채 숨죽여 살아온 할머니. 허상만 좇으면서 평생 무능하고 무책임했고 그래서 두려운 존재였던 술주정뱅이 아버지. 일찍 세상을 떠난 장남을 가슴에 품은 채 삶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야 했던 어머니. 저항의 시절을 살다 먼저 떠난 형. 그리고 비상식과 차별과 폭력이 지배하던 시절, 이 사회의 음지에서 오로지 살아내느라 세상이 떠안기는 온갖 상처와 수모를 온몸으로 감당해내야 했던 정양과 찬숙, 현숙 그리고 문간댁이 등장한다.

 

 

이 공연은 이들에 대한 감사함과 우리들 각자가 앞장서서 거름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채감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극중 주인공 남자와 같이 1970~80년대에 청년기를 보낸 이 시대의 중장년들이 각자의 트라우마가 돼버렸을 한국 현대사의 상흔과 화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지나간 시간인 1983년과 1979년, 그리고 현재의 시간이 교차되고 중첩되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 남자는 과거의 인물들과 같은 공간에 공존하면서 그들의 생활을 엿보기도 하고, 망자가 되어서 집을 찾아온 자신의 형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이 작품은 충격적인 사건이나 심각한 갈등을 좇는 구조가 아니라, 주인공 남자가 조우하는 과거 인물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 묘사와 디테일한 비즈니스를 찾아내 주인공 남자가 그들을 엿보면서 느끼게 될 정서적 변화를 관객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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