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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4-12 07: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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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국립극단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극단 미인의 김수희 작 연출의 <말뫼의 눈물>을 관극했다.

 

김수희 연출은 <말뫼의 눈물>, <너를 향해 활짝> <죽음과 소녀> <공장> <소년B가 사는 집>, <창신동> <어디 가세요 복구씨> <당신의 손> 등을 쓰거나 연출한 발전적 장래가 예측되는 미모의 연출가가다. 2013 제34회 서울연극제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 2014 제1회 서울연극인상 극작 상을 수상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여 년 전.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으로 500㎞ 떨어진 해안도시 '말뫼'(Malmö)는 풍요의 땅이었다. 이곳에 자리한 '코쿰스'(Kockums)는 세계 최강의 조선업체로 스웨덴의 자부심이자 말뫼의 상징이었다. 말뫼 시민들은 코쿰스의 번영과 더불어 도시와 가정의 윤택한 살림이 영원하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은 오래지 않아 깨졌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조선업의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한 아시아의 대한민국에 밀리기 시작하더니 선박 수주 물량이 제로로 떨어지는 일이 현실로 닥쳤다.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코쿰스는 1986년 문을 닫았다. 실업자가 된 시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났다. 당시 썰물처럼 빠져나간 시민이 3만여 명에 달했다. 말뫼의 풍요는 30여년 만에 막을 내렸다.

 

2003년 스웨덴의 조선업이 사양 산업이 되자 말뫼에 있던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한국의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렸다. 크레인이 분해되어 배에 실려 떠나던 날 말뫼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다. 한국의 조선업은 승승장구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울산은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도시로 탈바꿈했다. 시민들은 현대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영원무궁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스웨덴이 1위 자리를 한국에 빼앗긴 것처럼, 최근에 한국 또한 중국에 수주는 물론 발주량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인왕경>(仁王經)에는 '번성한 후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성자필쇠(盛者必衰)의 이야기가 나온다. 닥쳐오는 위기 앞에 이 글귀로 위로를 삼자는 얘기가 아니다. 이미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자각했다면 서둘러 다시 성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다. 스웨덴의 말뫼가 어떻게 되살아났는지 살펴보면 답이 보인다.

 

말뫼는 조선업 붕괴 이후 친환경 생태도시로 변신을 시도했다. 코쿰스 크레인이 있던 자리에 꽈배기처럼 90도 뒤틀린 독특한 형상의 건축물 '터닝 토르소'를 세우고, 도시 전역을 철저하게 친환경 공간으로 바꿔나갔다.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저탄소 친환경도시로 부활해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변신했다. 위기의 울산·포항·거제가 지금으로부터 30년 뒤, 어떤 도시로 부활해 있을지는 전적으로 시민들 몫이다.

 

연극에서는 스웨덴에서의 골리앗 크레인이 한국으로 팔려왔던 당시의 상황이 한국에서 재현되는 듯싶은 줄거리다. 스웨덴 말뫼의 눈물이 조선소가 세워진 한국의 거제도 지역의 눈물로 묘사가 된다. 무대는 조선소에서 머지않은 서민들의 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부락이다. 아카시아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슬레이트 지붕, 블록담장, 그리고 조그만 문들이 여기저기 달려있다.

 

상수 쪽에 커다란 크레인을 상징하는 교각 같은 조형물이 우람하게 세워지고, 그 위로 오르는 긴 사다리가 부착이 되어있다. 토박이 노인인 할머니가 하숙을 하며 가게를 하고 있고, 아들과 손녀가 등장한다. 정규직 숙련공과 비정규직, 방송국에 근무하다가 낙향해 조선소를 기웃거리는 인물이 등장하고 기자 노릇을 하는 인물과 가까워져 노조에 가입을 해 고공시위에 앞장선다.

 

할머니의 딸은 프랑스 유학생이라는 설정이고, 조선소와 연관된 외국인 회사를 다닌다. 동네 아낙 한명은 남편이 조선소에 나가 일하는 사이에 한눈을 팔고 춤을 배우기도 한다. 할머니의 가게 앞에서 노무자들의 술판이 벌어지고, 일들을 하러 나가 머리가 깨지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고통과 애환이 극 속에 적나라하게 묘사가 된다.

 

당연히 젊은 남녀 간의 사랑이 싹트고, 여고 동창끼리의 우정과 반목이 그려지기도 한다. 조선소 근무자들의 생활모습이 실제와 방불하게 그려지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 가까운 친구끼리의 다툼, 그리고 갈등해소를 위한 술판이 벌어지지만 골리앗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하는 장면도 연출된다.

 

이 연극에서도 해외수주 물량이 끊어져 조선업계 전체가 공황기에 접어든 것으로 묘사가 되고, 고공 농성 자는 손해배상액으로 가압류를 당하기도 한다. 이때 할머니는 치매기운이 나타나면서 운명을 하게 되고 장례가 펼쳐진다. 대단원에서 할머니의 가장 아끼는 손녀와 여고 동창생이 장례식장에 나란히 앉아 스웨덴의 말뫼의 눈물처럼 거제도의 눈물을 예견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남미정, 남문철, 정나진, 이정은, 박성연, 조주현, 최정화, 권태건, 김규도, 전익수, 편규상 등 출연자들의 성격설정과 방언구사는 물론 호연과 열연으로 연극을 수준급으로 이끌어간다.

 

무대 이창원, 조명 박선교, 의상 이명아, 음악 전송이, 영상 윤민철, 분장 지병국, 안무 강미선, 움직임 고재경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미인의 김수희 작 연출의 <말뫼의 눈물>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냈다./4월 11일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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