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준 기자]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남북 단일팀 관련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회의가 열린 20일 자기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 사진을 갑자기 바꿨다.
늑대들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늑대들 밑에 모두 ‘KOREA(한국)’가 적혀 있었다. 머리 감독은 사진 맨 위에 ‘우리는 맹수인가, 아니면 먹이인가?(Are we predators or are we prey)’라는 글을 남겼다. 남북 단일팀 문제를 바라보는 머리 감독의 복잡한 심경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남북 단일팀 소용돌이’에 휘말린 머리 감독은 요즘 외부 접촉을 끊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미국 CNN, 캐나다 CBC 등 전 세계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모두 거절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해외 언론의 관심 밖이었던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일 IOC의 남북 단일팀 결정 이후부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됐다. 그 중심엔 남북 단일팀의 ‘선수 기용’을 전적으로 책임질 머리 감독이 있다.
머리 감독은 2014년 9월 캐나다 교포 출신인 백지선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의 추천으로 여자 대표팀 사령탑에 맡게 됐다. 당시 나이 26세로 파격적 선임이었다. 선수 시절엔 미네소타 덜루스대(2006~2010·미국) 등에서 수비수로 활약했던 머리 감독은 대표팀(미국.캐나다 이중 국적)에서 뛴 경험이 없다. 이후 스위스 리그에서도 한동안 뛰다가 2014년 은퇴한 그는 감독 경험도 전무했다.
그럼에도 백지선 감독이 그를 강력 추천한 배경엔 전 캐나다 아이스하키 남자 대표팀 감독이자 전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감독인 앤디 머리 감독이 있었다. 세라의 아버지인 앤디 머리는 NHL에서 LA 킹스와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사령탑(10시즌)을 지낸 명장이다. 당시 백 감독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요청으로 여자 대표팀 감독을 수소문한 끝에, 평소 친분이 있었던 앤디 머리에게 딸 세라 머리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선수단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감독 말에는 예외 없이 모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이스하키협회를 상대로도 지원이 부족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말해 왔다.
똑 부러지는 그의 성격은 지난 16일 머리 감독은 미국 전지훈련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한 자리에서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3명 정도는 괜찮겠지만(Okay), 선수 10명을 추가하는 건 정말 어렵다(very difficult)”면서, “나는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머리 감독은 18일 앞으로 다가온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선수들을 어떤 방식으로 경기에 투입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로 20일 IOC 주재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은 한국 여자 대표팀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합류해 남북 단일팀 규모가 총 35명이 된다는 것과, 북한 선수를 경기당 3명은 출전시킨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