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문이 국민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제6차 촛불집회를 바라본 이들은 단호히 주장하고 있다. 또 정치권, 특히 새누리당 비주류인 비상시국회의 참가자들은 당론인 ‘4월 퇴진, 6월 선거’로 움직임을 변경하려다 232만 이라는 촛불민심에 놀라 급기야 탄핵 동참으로 방향을 재설정함을 알렸다. 이에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정현 당대표와의 만남을 통해 ‘탄핵 투표 자율의사’라는 방침을 전하기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정진석 원내대표의 진짜 속뜻이 ‘탄핵투표 자율의사에 맡긴다’ 일까? 하는 의문이 짙게 드리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또한 박심(朴心)의 대명사인 이정현 당 대표가 단지 원내대표의 설득에 의해 동의 한 것일까? 한번 쯤 의심의 눈초리로 보아야 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철저한 박 대통령의 심복인 이정현 당 대표가 무슨 뜻으로 탄핵 투표 자율의사에 동의를 했을까? 바로 ‘모진 바람은 피해간다’는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성난 민심은 즉각적인 하야나 퇴진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라는 것이 그리 쉽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이 요구하는 탄핵 투표에 동의하는 것일까?
바로 시간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고도의 전략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의 성난 민심이 잦아들고 정치적으로 보수 세력을 재규합하는 시간과 당내의 반대세력들을 가볍게 제거하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탄핵 투표에 동참하지 않았다가 정족수 미달로 부결이 될 경우 새누리당이 반대해 탄핵이 부결되었다는 국민들의 원성을 피해갈 수 없을뿐더러, 국민들의 절대적인 민심을 새누리당도 잘 알고 있다는 선전효과도 누릴 수 있다. 아울러 돌아올 대선과 다음 총선에서도 결코 불리한 입장에서 출발하지 않으려는 의도도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무 탈 없이 물러설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는 점도 덤으로 얻게 되어 일석사조(一石四鳥)의 효과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이정현 대표로 하여금 청와대에 반기를 드는 모습을 연기하게 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
새누리당의 첫 당론과 행동강령이 ‘4월 퇴진과 6월 선거’, 그리고 야당이 탄핵 소추안을 추진 시, 탄핵 저지를 위한 끈질긴 정치적 행보와 당 소속 의원들의 본 회의장 입장 저지였던 것이 돌연 ‘탄핵 투표 자율의사’로 돌변한 것을 볼 때 위에서와 같은 의심을 품어 봄직 하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최순실 게이트로 인하여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사면초가에 빠져 있으며, 촛불집회는 언제 끝날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횟수를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참여 인원수라면, 새누리당 지도부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차기 대통령 후보가 누가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후보로 나설 인물에게 준비의 시간을 충분히 줄 수 있다는 장점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민주당이 대선 후보로 문재인 전 대표를 일찌감치 낙점해 두고 탄핵을 서두르고 있다면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를 대안카드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로서는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경청할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우리 정치현실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야당의 탄핵소추가 국회를 통과하여 법원의 가부 결정을 기다리게 되거나, 박 대통령이 제시한 4월 퇴진일정에 맞추어 청와대를 떠나는 것이나 시간은 거기서 거기일 전망이고 단지 명예냐?, 불명예냐?의 갈림길일 뿐인 점을 감안한다면 대통령으로서는 손해 볼 일이 아니라는 분석도 가능하고 물러나는 시점까지 정치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하더라도 황 총리를 내세워 할 일은 다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5일 가진 만남에서 이런 점을 충분히 교감하였고 청와대와도 이미 사전 조율이 이루어진 상황이라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춤을 추며 탄핵 승리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야당이 제대로 아웃카운터를 맞았다고 볼 수 있으며, 여당의 경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앞으로의 정국 재편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정치에서의 승자는 영원할 수도 영원하지도 않다고 보고 있다. 단지 시간이 이야기 할 뿐 승자가 패자가 될 수도 있고 패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진흙탕 속의 내막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사실만은 밝히고 싶다.
김현수 기자 / ksatan68@naver.com
취재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