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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6-05 18: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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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면 뒤의 얼굴을 볼 수 없다. 탄식하면서도 섭섭하지만은 않은 것은 만족스런 공연을 만난 설렘이 관객들에게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31년간의 기다림, 세계적인 명작으로 손꼽히는 ‘오페라의 유령’의 또 다른 이야기, 뮤지컬 ‘팬텀’이다.

뮤지컬 ‘팬텀(연출:로버트 요한슨)’은 아서 코핏(Arthur Lee Kopit)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Maury Yeston)이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원작 소설 ‘오페라의 유령’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미스터리한 인물인 ‘팬텀’을 주인공으로 그의 숨겨진 이야기를 아름다운 넘버와 발레, 무대 공간을 십분 활용해 총체적인 예술을 집약한 무대로 그리고 있다.

초연 당시 ‘상상할 수 없었던 신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는 또 다른 최고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이후 미국 및 유럽 전역에서 공연, 매 공연 매진을 기록했으며 아시아에서는 2004년 일본 다카라즈카에서 처음 공연했고 2010년에는 일본 최고의 뮤지컬 스타가 출연, 전석 매진의 신화를 이룩하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프랑스 파리.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악보를 판매하던 크리스틴 다에는 우연히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된 필립 드 샹동 백작의 소개로 오페라 극장에 가게 된다. 그러나 제라드 카리에르는 뇌물로 오페라 극장의 극장장 자리를 꿰찬 숄레와 그의 아내이자 디바인 마담 카를로타에 의해 해고되고 그녀는 마담 카를로타의 의상보조로 일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오페라 극장에는 ‘팬텀’이 산다는 소문이 있지만 숄레와 카를로타는 믿지 않고 제라드의 충고도 무시한다. 한편 자신만의 세계인 지하에서 살아가던 팬텀은 우연히 크리스틴이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고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숨겨진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레슨을 제안하는데.......

에릭. 팬텀의 이름이다. 굳이 뮤지컬을 보지 않는 사람도 아는 캐릭터가 아닐까. 그만큼 ‘팬텀’은 독특한 캐릭터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것은 사실 알 수 없다. 원작 소설에서조차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가 비극적인 인물이란 느낌만 있을 뿐이다.

어둠에 묻힌 지하세계에서 운명처럼 살아가던 그에게 단하나의 빛이 된 것은 ‘사랑’이었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에릭은 크리스틴의 재능을 알아보고 오페라극장의 새로운 디바로 세우고픈 열정을 갖게 된다. 그녀의 음색이 가진 그리운 느낌 때문일까, 그는 순수한 크리스틴을 사랑하게 된다. 크리스틴 또한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에릭에게 호감을 느낀다.

오페라의 유령과 달라지는 부분이 아마도 크리스틴의 마음이 팬텀에게 향해있는 지점일 것이다. 하지만 달달한 레슨 씬에서 느껴지는 ‘썸’을 본 뒤여서인지 오히려 두 사람의 사랑은 자연스러운 수순 같아 보인다. 오페라극장으로 보내고 나 몰라라 하는 필립백작보다는 에릭의 헌신적인 사랑에 더 애틋함을 느끼는 것이다.

인간적인 팬텀의 마음을 느끼다보니 그는 괴팍하고 추한 외모를 가진 괴물 음악가가 아닌, 가면 뒤에 숨겨진 아픔마저 보듬어주고 싶은 비운의 천재가 되었다. 여기에 한국 초연을 위해 새로운 곡을 더하는 유연한 작곡가 모리 예스턴의 클래식함과 서정성이 더해져 끝내 비극적인 운명을 이기지 못했던 팬텀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달라진다. 가면에 숨겨진 추한 외모조차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신비함은 사라졌지만 안타까운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는다.

팬텀의 출생을 클래식 발레로 표현한 2막의 장면은 세계 정상급의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최고의 춤을 보여준다. 나레이션이 없어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우아하고 아름다운 손짓에 끌려 무대는 환상적인 세계로 변한다. 아름다운 넘버와 충분한 이야기가 있던 1막에 비해 2막이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는 면이 없지 않아 아쉽다.

무엇보다 뮤지컬 ‘팬텀’에 대한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은 최고의 캐스팅이 아닐까. 3인 3색의 팬텀과 크리스틴은 각자의 매력과 색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이번이 세 번째 뮤지컬인 박효신의 약진이 눈부시다. 여전히 미숙한 부분이 있음에도 온전히 팬텀으로서 아우라를 뿜어내며 극을 지배하고 있다. 세계적인 오페라 디바 임선혜 또한 많지 않은 출연임에도 클래스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으며 사랑받고 있다.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역시 카를로타 역의 신영숙으로 조금 주책맞은 악녀로 극의 감초 역을 톡톡히 해낸다. 그녀가 없는 뮤지컬 ‘팬텀’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인간으로서 행복해지고 싶었던 가엾은 에릭, ‘팬텀’ 역에 뮤지컬계의 신사 류정한, 카이, 박효신, 사랑의 라이벌 필립 역에 에녹, 강성욱,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크리스틴 역에 임선혜, 임혜영, 김순영, 음치에 욕심 많은 카를로타 역에 신영숙, 홍륜희, 팬텀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제라드 카리에르 역에 박철호, 이정열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가슴 뛰는 설렘을 선사한다. 오는 7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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