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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30 1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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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t의 모래가 토월 극장 저 깊은 곳까지 메우고 있다. 배우들은 종횡무진 모래 위를 뛰어다녀야 한다. 심지어 뒹굴다가 먹기도 하고 엎어져 살갗을 긁히기도 한다. 열정적인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극인 연극 ‘페리클레스’이다.

연극 ‘페리클레스(연출:양정웅)’는 ‘15년 동안의 모험’이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는 이야기를 조금은 산만하고 갑작스러운 전개를 보이는 등 비슷한 시기의 ‘템페스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아니다. 연출과 무대 실현의 한계로 인해 공연되기 쉽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고장인 영국에서도 인정받은 양정웅 연출과 극단 여행자와 예술의전당의 협업으로 고전을 재해석하는 '싹 큐브X클래식'(SAC CUBE X CLASSICS)으로 제작, 관객들과 만났다.

타이어 국의 왕자 페리클레스는 미모의 앤티어크 국의 공주를 얻고자 왕이 낸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지만 수수께끼는 공주를 내어주지 않으려는 왕의 책략임을 알아채고 도망한다. 아버지의 유품인 갑옷하나를 들고 우선 몸을 피하지만 어마어마한 태풍으로 배가 침몰하고 펜타폴리스 국에 표류한다.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참석한 무예시합에서 이긴 페리클레스는 펜타폴리스국의 공주인 타이사의 맘도 얻게 되어 두 사람은 결혼한다.

행복한 결혼과 임신, 페리클레스는 귀국을 결심하는데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길에 또다시 태풍을 만나 아내 타이사는 딸 마리나를 낳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갓난아기인 딸이 오랜 여행에 버티지 못할까 염려한 그는 과거 목숨을 구해줬던 친구에게 딸을 맡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극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로맨스 극의 전통을 가장 많이 적용한 작품이다. 특히 해설자 가우어(Gower)의 존재가 모험하는 오랜 시간과 태풍 속에서 사건들, 원치 않는 상황과 괴로운 방랑, 동 시간대에 일어나는 꼭 알아야하는 이야기들을 맛깔스럽게 설명해준다. 배우 유인촌의 우아하고 여유 넘치는 해설은 이 즐겁지만 조금은 산만한 연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한사람의 인생에 어쩌면 이렇게도 많은 사건이 일어났을까, 파란만장하다는 말이 딱! 맞는 인생이 페리클레스의 삶이 아닐까. 한나라의 왕제로 태어났으나 안락한 인생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그는 태풍에 시달리다 겨우 목숨만 건지기도하고 가장 소중한 존재들을 잃는다. 살아갈 이유마저 잃었지만 그는 ‘희망’하나에 모든 것을 걸고 살아낸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잘 견뎌냈다고 상이 주어진다.

통통 튀어 다니는 배우들의 모습과 ‘저 맘에 안들죠’‘괜찮아요?많이 놀랬죠?’하는 현시대의 유행어, 애니메이션 원피스패러디까지 연극은 고전을 각색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독창적인 행보를 보인다. 극단 여행자의 색이 가장 즐겁게 극적으로 살아있는 작품이란 느낌이었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언어에도 불구하고 고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고 신선했다.

배우 유인촌과 그의 친아들로 아버지의 후광을 입고 싶지 않다는 남윤호의 페리클레스는 자연스럽게 극중 교체되고 페리클레스의 딸인 마리나 역의 최우리는 뮤지컬배우로서 다져온 실력을 마음껏 보이면서도 연극에 녹아들어 멋진 작품을 만들어냈다. 특히 유인촌의 해설은 작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갔으며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멋들어지게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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