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대표작 중 하나인 ‘템페스트’와 함께 작가의 후기 낭만주의 경향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히는 ‘페리클래스’는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햄릿‘ 등의 작품과 함께 셰익스피어 시대 가장 인기 있던 레퍼토리였다.
하지만 이 극은 17세기 중엽부터 19세기 중엽까지 거의 200년 동안 무대에서 사라졌을 뿐 아니라 최근에도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에 비해 공연 빈도수극작품 중의 하나이다.
‘페리클래스’는 수려하고 낭만적인 문체가 돋보이면서 요즘의 현대인들에게까지도 관통하는 보편적인 정서가 담겨있는 사실주의와 판타지가 결합된 로맨스극으로, 원작의 방대한 스케일과 공연 당시의 시의성을 그 시대의 언어로 풀어내기 어려운 연출적 난제로 공연된 예가 많지 않았으나, 영국 바비칸센터와 글로브극장 등 셰익스피어 축제에 공식 초청받으면서 그 안목과 실력을 인정받은 양정웅 연출이 ‘페리클래스’의 인생여정을 지휘한다.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래스는 앤티오크 왕국 공주의 미모에 빠져 왕이 낸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지만, 그 수수께끼는 풀지 못해도 죽고, 설령 푼다 해도 그 안에 숨겨진 비밀스런 내용 때문에 죽게 되는 비극의 씨앗이다. 페리클래스는 수수께끼를 듣자마자 그 속에 있는 비밀을 깨닫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여러 나라를 떠돌며 도피한다.
그러나 그를 맞이하는 것은 어마어마한 태풍으로, 배는 침몰하고 겨우 목숨을 건져낸 페리클래스는 펜타폴리스 왕국의 공주인 타이나와 결혼식을 올린 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나 돌아가는 배안에서 아내 타이나 는 딸 마리나를 낳고 세상을 떠난다. 페리클래스는 갓 태어난 마리나와도 헤어진 후 그녀가 죽은 줄 알고 세상과 절연한다.
하지만 ‘페리클래스’는 이러한 비극적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페리클래스의 딸 마리나는 인신 매매범들에게 팔려 미틸레네의 매음굴에서 강제로 유린 당 할 위기에 처하지만, 그녀는 어떤 영적인 힘이 실린 언변과 노래로 그곳을 구원의 장소로 변화시키고, 죽어가던 아버지 페리클래스와 재회한 후에는 그마저 소생시킨다. 또한 페리클래스와 마리나는 다이아나 여신의 계시로 죽은 줄 알았던 어머니 타이사와도 재회한다.
‘페리클래스’의 이야기가 끝나자 시인 가우어는 모래시계의 모래도 다 떨어졌음을 알린다. 위대한 인생도, 초라한 인생도, 역경의 인생도 결국 시간의 한계 속에 있을 뿐이다. 페리클래스는 시간에 대해 “시간이야말로 인간을 지배하는 제왕이다. 시간은 인간의 부모이자 무덤이며, 자신이 원하는 건주지만, 정작 인간이 원하는 것은 주지 않는다”면서, 도도히 흐르는 시간의 위력 앞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말하고 있다. 모래시계의 모래는 한번 다 비워져야 다시 채워져 새로운 시간을 시작한다.
가우어와 늙은 페리클래스 역에는 유인촌이, 젊은 페리클래스 역은 남윤호가, 마리나 역에는 최우리가 출연한다. 공연은 이달 31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