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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5-17 15: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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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 두 손을 모은 여인의 모습. 먼 곳을 향한 시선과 손은 간절하다. 돌아오지 않는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望夫石)'설화이다.‘

뮤지컬 ‘바람처럼 불꽃처럼’은 공연 제작사 '공연그룹 드림뮤드'에서 무려 12년을 준비한 작품으로 신라시대 박제상의 일대기를 그린 대서사 뮤지컬이다. 한국사 중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로 세계 공연시장에 진출하고 민간 외교, 세계적 브랜드화 시키기 위한 의도로 기획 되었다.

서기 418년, 신라는 눌지왕 시절, 안으로는 기득권싸움으로 시끄럽고 밖으로는 힘이 약해 이웃나라들에 왕제(왕의 형제)들을 볼모로 보내야하는 고달픈 상황이었다. 신라의 위신을 세우고 기강을 잡기 위해 충신 박제상은 고구려와 일본에 볼모로 간 왕제 보해와 미해를 구하러 간다. 미해 왕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잡힌 그는 장렬히 일본에서 산화한다.

신라의 충신 박제상의 이야기 속의 사회는 지금의 그것과 참으로 닮아있다. 역사적 사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한국적 소재의 글로벌 문화상품으로 개발해 대형 창작뮤지컬로 제작되었다. 시대적 병치가 흥미롭다.

박제상과 그의 부인 국대부인은 힘없는 왕실과 왕권이 약한 틈을 타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귀족들과는 달리 백성들을 돌본다. 나라를 향한 애국심, 백성을 향한 애민을 진솔한 삶을 통해 실천한다. 자신들과 다른 그를 경계하는 공신들의 모습은 오늘 날과 다를 바가 없다. 진정한 지도자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박제상은 고구려와 일본을 오가며 볼모로 잡힌 왕제들을 구출한다. 하지만 공신들이나 신라에선 그의 안전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를 통해 구출된 왕제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꿈적도 안하는 공신들에게 큰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것이다. 어째서 권력이란 이런가 싶다. 왕권이 강하면 강한 대로 약하면 약한 대로 문제가 생긴다.

몸이 찢기는 고통 가운데서도 기개를 잃지 않은 그 충심에 적군들마저 감동한다. 모진 고문에도 불굴의 의지로 절개를 지킨 남편을 기다리던 부인은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싸워보지만 역부족임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공신들에 맞서 뼈아픈 소리를 한다. 후세에 사람들이 뭐라 할지 보라며 그 때는 분명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그녀가 지금 이 땅을 본다면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세상을 볼 테니.

삼국유사, 삼국사기, 일본서기, 중보문헌 등을 비교하며 역사적 사실에 고증을 더하려는 노력덕분에 의상이나 무대 또한 아름답다. 다만 거대한 역사를 무대에 담아내다보니 몰입도가 약하고 다양한 음악을 시도한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져 아쉽다.

불꽃처럼 바람처럼 곧은 절개를 지킨 박제상 역에 박형규와 조은, 그의 부인 국대부인 역은 연출/작까지 애쓴 김한나, 박제상의 기개를 높이 산 왜국 왕에 전현준, 미해왕자 역에 장민수, 보해왕자 역에 장윤호, 이 밖에 이환의, 이나나, 김승현, 한찬규 등이 나온다. 오는 31일까지 한전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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