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5-02-23 15:20:02
기사수정

뮤지컬 ‘아보카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2014년 창작뮤지컬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아보카토(Abboccato)는 이탈리아 와인의 당도를 구분 지을 때 쓰는 말이다. 네 단계 중에,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중간 당도(Semi-dry)를 말한다. 첫사랑이란 그런 걸까, 달달하면서도 어딘가 씁쓸하기도 한.

추억으로 가득한 오래된 지하철 역사에서 거짓말처럼 재회한 두 사람. 언젠가는 한번쯤 만날 거라 생각했음에도 불편한 느낌에 다정은 피하려 하지만 재민은 안부를 물어온다. 갑자기 정신을 잃은 다정, 언제부터인가 기억을 잃은 그녀를 안고 재민이 애타게 부른다.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차근차근 추억을 더듬으며.

싱어송 라이터인 재민, 작가지망생인 다정. 익숙한 구도의 두 남녀의 애정행각에 절로 웃음 짓게 된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가깝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상하지 않고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와인의 당도로 설명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담백하고 한편으론 현실적이다. 문학을 공부하는 다정은 등단하기 위해 애쓰지만 언제나 최종심사에서 탈락한다. 재민의 성공이 기쁘지만 한편으로 무너져 내리는 좌절감은 두 사람사이에 틈을 만들고 결국 오해가 생기고 헤어짐까지 이어진다.

어쩌면 누구나 같은 순서인 듯, 닮아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즐거웠다. 까마귀 날자 귤 떨어진 프로포즈는 설레였고, 능글거리지만 다정한 재민은 탐나는 남자친구였고 소심하지만 그래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다정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서로에게 특별한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지 보여준다.

사랑이란 그런 거 아닌가, 아무 것도 아닌 것에도 웃게 되고 행복하고 따뜻해지고. 혹시나 사라져버릴까 두려워질 만큼 소중해지는. 서툴러서 제대로 표현 못하고 지나가버린 첫사랑, 자존심을 내세우다 상처를 주고 후회했던 밤들, 함께인 게 그렇게 좋았는데 어느 날부터 익숙해져 서운해지는 느낌. 온전히 작품에 투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급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은 다소 아쉽다. 특히 대구지하철 참사를 연상시키는 사고 장면은 갑작스럽고 어색하다. 이후 시간의 흐름이 훅 지나가버리는데 로맨스판타지를 굳이 내 건 이유가 이 부분을 설명하는 건가 싶은 억지스러움이 보여 씁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아보카토’는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첫사랑’을 떠올리는 설렘이 가득한 느낌이 참 좋다. 맛깔스러운 연기로 여자라면 워너비 남자친구인 재민 역에 이규형,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해 낸 다정 역에 홍지희와 김효연, 멀티 맨으로 바쁘지만 확실하게 작품을 채워 준 이기섭이 함께 했으며 극작 이호정, 작곡에 이진욱, 김효진이 연출했다.

한편 뮤지컬 ‘아보카토’는 장소를 옮겨 대명 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다음 달 13일 봄에 다시 만날 수 있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hangg.co.kr/news/view.php?idx=2143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