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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19 13: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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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멜로드라마(연출:장유정)’는 2007년 ‘이다의 무대발견시리즈’ 3번째 작품으로 초연되어 파격적인 소재와 치밀한 구성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김종욱찾기’ ‘그날들’ 등 좋은 창작 작품을 만든 장유정 연출의 연극 데뷔작이다. 통속적인 드라마를 통해 남녀의 내밀한 정서를 찾아보는 작품이다.

어릴 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미현은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갖게 되고, 동생 재현은 함께 사고를 당했던 소이의 오빠 심장을 이식받는다. 때문에 소이와는 가족이 된다. 우연히 만나게 된 찬일과 미현, 그리고 서경과 재현. 잘못된 만남이라는 걸 알지만 거부하지 못하고 빠져들었다가 서로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결혼 10년차 부부인 김찬일과 강서경. 능력 있는 큐레이터 서경과 사람 좋은 보험회사 자동차사고 관리팀장 찬일, 그들의 완벽해보이지만 허무한 삶 속으로 미현과 재현 남매가 들어온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어느 날, 느닷없이.

연극 멜로드라마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사연을 가졌다.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또 모두 다른 모습으로 사랑한다. 끝까지 지키려고 했지만 급작스레 무너져 내릴 수도 있고, 잘못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자신의 사랑 때문에 아픈 이들이 걱정되기도 하고 배신해선 안 된다며 매달리기도 하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현이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자동차사고 실험에 쓰이는 ‘더미(dummy)’에 빗댄다. 소이의 오빠가 죽고 그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게 ‘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시한부인 삶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것이 생긴다. 서경에 대한 뜨거운 열정. 그래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너무나 뻔하고 통속적인 이야기 앞에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은 분명 배우들의 호연 때문이다. 인정하고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들이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득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랑에 아프다고 그들의 속내를 투명하게 보여주었기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고 싶은 것은 어쩌면 모든 사람의 ‘망상’일 것이다. ‘나’가 아니면 안 되는 ‘너’를 만나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보는 상상을 안 해본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결혼이라는 ‘약속’을 했다면 상황은 여러 가지로 달라진다. 그래서 수많은 멜로드라마가 나오는 것이다. 마음속의 환상을 대리만족이라도 하라고.

‘우연적인 만남, 음악, 선과 악이 분명하며 통속적’인 이 작품에 흐르는 루마니아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권 음악은 낯설지만 따사롭고 설레는 느낌마저 준다. 프랑스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키스'가 걸린 방안에서 재현과 서경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은 인상적이었고 천장이 높아 구조물이 흔들리는 극장의 구조마저 배우들의 연기를 돕고 있는 듯 느껴진다.

'사랑이 의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의 내용이 통속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다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갯말처럼 당장 다가온 사랑에 눈이 멀어 곁에 있던 사람을 다치게 하면서 그걸 진짜 사랑이라고 말하는 건 ‘사랑’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하는 씁쓸함이 든다.

지금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식지 않을 거라고 장담하거나 보장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이야기는 인물들의 감정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세심하게 그리고 있다. 너무나 공감하기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그만큼 설득력 있다. 그렇다면 이제, 사랑이 의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만 남은 것인가?

우아한 완벽주의자 서경 역은 6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홍은희와 베테랑 배해선, 서경의 남편 찬일 역은 극단 차이무의 박원상과 최근 대학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최대훈, 서경에 뜨거운 열정을 보이는 재현 역에 조강현과 박성훈, 재현의 약혼녀 안소이는 박민정과 김나미, 재현의 누나인 미현 역에 전경수가 사랑스럽게 극에 숨 쉴 틈을 준다. 다음달 15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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