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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04 17: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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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음악 때문인지 쓸쓸한 느낌이 든다. 영화 ‘원스’의 영향이기도하다. 잔잔하지만 음악에 대한 꿈으로 만나고 설레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전히 아름다운 노래와 함께 떠오른다. 영화가 주던 그 아련한 쓸쓸함과 설렘을 무대에서 만날 수 있을까?

뮤지컬 ‘원스’는 지난 2006년 아일랜드에서 제작된 동명의 인디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무대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2011년 비영리 단체인 뉴욕씨어터 워크숍을 통해 첫 선을 보인 후 2012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공연’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그해 토니상 베스트 뮤지컬 상을 포함한 주요 부문 8개상을 수상했다.

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노래를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싱어송 라이터 ‘가이’는 어느 날 이민자인 ‘걸’과 만나게 되고 그녀의 관심과 격려로 잃어가던 음악의 꿈을 다시 키워간다. 아무런 접점도 없던 두 사람은 음악으로 가까워지고 가이의 데모 음반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웅장하게 받쳐주는 오케스트라도 없고, 화려한 군무나 군중의 합창도 없지만 뮤지컬 ‘원스’는 획기적인 역발상을 통해 특별함을 보여준다. ‘음악에 관한 연극’이라는 데스 케네디 협력 연출의 말처럼 12명의 배우들이 모두 연기와 연주를 소화해 액터 뮤지션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한 장면전환과 소품이동까지 배우들이 담당, 치밀하게 짜여진 동선으로 마치 안무처럼 보인다.

오리지날 공연과 똑같은 형태로 제작되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기타, 피아노, 아코디언, 바이올린, 첼로, 리코더, 만돌린, 카혼 등 다양한 악기들이 들려주는 화음은 무대 위 아일랜드의 한 펍으로 관객들을 데리고 간다. 배우들이 들려주는 연주와 아카펠라 등 음악으로 들려주는 호흡은 뮤지컬 ‘원스’의 가장 큰 무기이다.

체코이민자인 ‘걸’의 어색한 한국어는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사랑스럽다. 어찌 보면 쓸데없는 참견으로 시작되는 ‘걸’과 ‘가이’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까지 그녀의 밝고 따뜻한 에너지는 결국 그를 일으키고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다. 두 사람 사이의 사랑과 설렘, 그리고 여전한 현실 앞에 지켜야하는 것들을 향한 감정은 안타깝다.

영화에서 느껴지던 쓸쓸함과 아련함이 남아있지만 배우들의 연주와 이야기의 유기적인 흐름, 무대적인 연출이 어우러져 오히려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특별하고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어쿠스틱한 라이브음악이 주는 현장감은 무대에 생기를 더한다.

음악이 인연이 되어 사랑을 느끼지만 결코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 가이와 걸. 두 사람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야하는 삶의 안타까움과 슬픔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용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잔잔하고 아름다운 음악에 실린 힘은 꼭 응원가 같다. 괜찮다고, 힘내라고,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따뜻한 바람이 귓가에 속삭이는 것처럼.

또한 ‘원스’에서는 즉흥 형식의 공연인 프리쇼를 볼 수 있다. 프리쇼는 무대 위로 직접 관객들이 올라가서 배우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을 관람할 수 있고, 바에서 음료도 주문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공연 시작 전 20분과 1막이 끝난 후 인터미션 때 이고 매일 밤 연주가 달라진다.

이번 무대는 아시아와 비영어권을 통틀어 첫 라이선스 무대다. 연출가 겸 극작가 고선웅이 윤색과 한국어 가사를 맡아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엔다 월쉬, 연출 존 티파니, 음악 마틴 로우, 안무 스티븐 호겟, 무대/의상 디자이너 밥 크로울리, 조명 디자이너 나타샤 카츠 등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협업으로 무대화 됐고, 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통해 2013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2014년 올리비에 상 2개 부문을 수상, 2014년 9월 호주, 2015년 2월 캐나다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뮤지컬에서 기대하는 모든 것을 빼고 대신 따뜻하고 감성 넘치는 음악으로 가슴에 스며드는 뮤지컬 ‘원스’는 오는 3월 29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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