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는 2014년, 창단 10주년을 맞아 연극 ‘올모스트 메인’을 시작으로 ‘나와 할아버지’ ‘유도소년’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까지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 대미를 장식할 작품으로 연극 ‘뜨거운 여름’이 무대에 올려졌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주인공 재희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서툴고 아쉽기만 했던 첫사랑의 설렘과 이별, 어린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 과정, 새로운 사랑, 그로인한 갈등과 상처들을 그린 작품으로 극단 ‘간다’ 특유의 정서가 공간을 가득 매우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웃음과 함께 문득 코끝이 찡해지는.
배우인 재희는 어느 날, 무대에 오르기 직전 친구의 부고를 전해 듣는다. 전화를 끊고, 멍하니 있다 보니 오랫동안 가슴에 묻어두었던 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중학생 재희는 만화책으로 인해 선생님께 혼나고, 친구들과 치기어린 장난을 하고 그러다 예기치 않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그에게도 첫사랑이 느닷없이 찾아온다. 달콤했던 만남과 갑작스런 이별, 끝나버린 첫사랑처럼 그는 성인이 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뜨겁게 내달린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누구나 가졌던 꿈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이다. 10대, 20대.......아무 것도 갖지 못했기에,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만 가득했기에,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전부를 걸 수 있었던 뜨거운 시절에 관한. 그래서 문득 그립고, 문득 눈물 나고, 그러다 폭소가 나온다. 그러한 시절을 지나온 자들이 함께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하고 서툴지만 뜨겁게 타오르는 열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 때의 꿈을 향해 가는 이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완전히 다른 길을 향하는 이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토록 가슴을 뛰게 만드는 꿈을 가졌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뜨거운 시절을 살고 있는가?
춤과 연기, 마임 등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극의 흐름은 신선하고 늘 그랬듯이 ‘간다’ 다운 재기발랄함이 넘친다. 특히 주인공 재희 역의 진선규 배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연기 잘하는 배우로 관객들의 신뢰를 받는 배우인 것은 알았지만 춤도 이렇게 탁월할 줄이야. 과거를 회상할 때나, 너무 아파 괴로웠던 순간들을 춤으로 풀어낸 것이 돋보이는데 자칫 흐름이 끊어질 수도 있는 형식임에도 오히려 더 풍성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극단 ‘간다’의 연출 민준호의 신작으로 작품의 멋진 안무는 심새인이 도왔으며, 배우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춤이 극 전체를 압도하고 있다. 재치 있고 정감 넘치던 이야기가 급 마무리되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쩌면 계속 그 ‘뜨거운 여름’에 머물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재희 역에 연기뿐 아니라 춤에서도 탁월함을 증명한 배우 진선규, 재희의 첫사랑 채경과 새로운 사랑 1인 2역 신의정, 이밖에 배우 김대현, 조원석, 유연, 차용학, 이지선이 다양한 역할로 출연한다. 잊고 있었던 뜨거운 여름으로 다시금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즐거운 연극 ‘뜨거운 여름’은 오는 28일까지 동숭 아트센터 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