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택배기사, 골프장 경기 보조원(캐디),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올해 안에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일 법안심사 제2소위를 열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계속심사키로 했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특고근로자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을 사실상 강제하는 것으로, 질병이나 출산, 육아 등으로 1개월 이상 휴업한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이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가 이미 만장일치로 모든 특고근로자에 대해 산재보험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올렸지만 법사위는 지난 4월 소위에서 이를 계속심사키로 했다. 이날도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험설계사의 정확한 요구를 파악해봐야 한다면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환노위 개정안 원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보험설계사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을 당시 산재보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2%로 환노위 개정안 원안 통과를 주장했으나,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반대하자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다가 다시 환노위 개정안 원안의 뜻을 존중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전해철 법안심사 제2소위원장는 환노위가 법사위의 '월권'을 비판했던 점을 지적하면서, 환노위 위원들에게 이를 다시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 다음에 결론을 내리자며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산재보험법 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청와대와 정부는 개정안 처리를 주장해왔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개정안 처리에 긍정적이었으나, 법사위 법안심사 제2소위에 계류중이던 개정안에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이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가 지연돼 왔다. 이들은 회사의 단체보험에 가입된 특고근로자는 산재보험 가입 의무대상에서 제외하는 수정안 처리를 주장해왔다. 즉 특고근로자가 회사에서 보험료를 부담해주는 '단체보험'과 특고근로자와 회사가 절반씩 보험료를 부담하는 '산재보험'을 비교해 자율적으로 보험 가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이는 그동안 개정안에 반발해 온 업계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특히 보험업계가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면 근로자들이 민간 보험에 가입할 권리를 박탈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보험설계사들의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면 결국 회사는 보험설계사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고, 는 고용의 경직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단 우려가 있다.
지난 4월 법사위 2소위 심사 과정을 살펴보면, 특고근로자 중 보험설계사의 경우 사업자 성격이 크고, 업무상 재해가 발생할 여지가 크지 않고, 실제 수혜율도 미비해 이들에게 산재보험 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과잉입법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반면 보험설계사의 업무 특성상 근무기간이 짧고, 업무상 재해 위험도 낮다는 점 등의 이유로 사업주가 산재보험 가입을 사실상 제외하는 경우가 있고, 업무상 재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정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2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입 특례조항의 입법영향분석’이라는 보고서에서 특고근로자 중 산재보험 가입자가 9%에 불과하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사업자들의 '횡포'를 지적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특고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특례가 도입된지 4년이 경과한 현재 확인된 사실은 사용자들이 산재보험제도가 특고근로자들의 근로자성 인정의 디딤돌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근로자들은 이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