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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1-17 15: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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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Tribes(연출:박정희)’는 2006년 연극 ‘래빗’을 통해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등에서 ‘가장 촉망받는 극작가상’을 수상한 젊은 기대주 니나 레인의 작품이다. 원제인 ‘Tribe’(부족)는 ‘가족’을 뜻하며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이에서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그 안에서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지 말하고 있다.

언어학자인 아버지와 공감능력이 높은 추리소설가 어머니, 오페라 가수인 누나와 언어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으로 대마초를 습관처럼 피우는 형이 사는 집으로 빌리가 돌아온다. 빌리는 청각장애인이지만 수화를 배워본 적이 없다. 어릴 때부터 독순술로 소통해왔기 때문. 실비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 빌리는 그녀를 가족들에게 소개한다. 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자 가족들에게 수화가 아니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언어는 소통을 하기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지만, 간단한 정보가 아닌 것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정확히 전달하기까지 어려움이 있다.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것이고 누군가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릴 지도 모른다. 빌리는 후자를 선택했다. 들을 수 없었기에 오히려 듣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가족이란 ‘부족’안에서.

빌리가 무슨 일인지 물을 때마다 “아무것도 아니야”라던 가족들은 빌리의 여자 친구, 청력을 잃어가고 있는 실비아와의 소통을 위해선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질문한다. 그제야 빌리는 가족들이 자신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초에 청각장애인인 빌리에게 수화를 가르치지 않은 가족. 2차 시민, 장애인이란 정체성을 갖지 않게 하려했다고 말한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어차피 수화를 하는 사람은 소수이기에 다수의 사회에 적응하도록 키운 것이니.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그가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았다. 그는 부족 안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주어지지 않는 삶.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도 그것은 아픈 상처가 된다. 스스로 결정해서 나아가는 것이 의미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아픈 것 또한 성장하는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닫혀 있다면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깨닫는 것도 불가능하다. 빌리의 삶은 ‘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실비아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는 그 자리에 있어야만 했을 것이다. 외롭고 아파하면서.

진정한 소통이란 것은 다만 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기 자신도 모를 마음을, 생각을,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것이기에. 그렇게 토하듯 뱉어낸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을 때, 공감하게 되고 통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런 행운이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진심으로 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소통의 시작 아닌지.

예술의전당과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공동 제작하는 이번 작품에서, 언어적 지식에 집착하는 고집 센 가부장적 아버지 크리스토퍼 역에 남명렬, 모든 가족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어머니 베스 역엔 남기애, 언어에 관한 석사 논문을 준비 중으로 조금은 불안정한 큰아들 다니엘 역은 김준원, 오페라가수 지망생 루스 역은 방진의,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진정한 소통을 하고 싶은 막내아들 빌리 역은 이재균, 그의 여자 친구로 청력을 잃어가는 수화통역사 실비아 역은 정운선이 캐스팅되어 좋은 배우들의 멋진 시너지를 공연 내내 느낄 수 있다. 오는 12월 14일 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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