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무엇일까.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그것’을 찾아 인류는 얼마나 오랜 시간 헤매었던가.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사랑’이 있지 않을까. 여기 기나긴 사랑에 갇혀버린 남자가 있다.”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사랑’이 있지 않을까.엄마는 아이에게 ‘수박향 나는 물고기가 사는 마을’에서 자랐다고 얘기했다. 엄마가 보고픈 아이는 엄마의 고향을 찾아 외가로 향한다. 작은 배에 올라 맑고 잔잔한 물줄기를 건넌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이만큼 그녀를 그리워하는 남자가 있다. 상처투성이인 마음 때문에 몸에 칼이 돋는 남자와 그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된 KBS드라마 ‘아이언맨’ 촬영지, 곡성 섬진강 줄기로 나섰다.
사랑은 무엇일까.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그것’을 찾아 인류는 얼마나 오랜 시간 헤매었던가.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사랑’이 있지 않을까. 여기 기나긴 사랑에 갇혀버린 남자가 있다. KBS-2TV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아이언맨’의 주인공 홍빈(이동욱 분)이다. 홍빈은 꼬마시절 만난 첫사랑 동네 문방구집 딸 김태희(한은정 분)와 기나긴 사랑중이다. 생사도 행방도 알 수 없는 첫사랑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앞에 태희를 엄마라 부르는 ‘창’이 나타난다. 첫사랑의 생사조차 모르던 홍빈은 아들 ‘창’을 데리고 ‘수박향 나는 물고기(은어)가 노니는’ 태희의 고향으로 떠난다. 섬진강과 지리산에 안긴 오지마을, 전남 곡성이다.
섬진강과 지리산을 품은 곡성. 이름에서부터 ‘골짜기’ 마을의 티가 난다. 실제로 곡성은 호남의 으뜸 강물인 섬진강 그리고 보성강 줄기를 품은 산골마을로, 이런 천혜의 자연 조건 때문에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던 곡성이 관광명소로 떠오르기 시작한 건 바로 그 자연, 섬진강과 보성강의 공이 크다.
일단 이번에 곡성을 찾은 이유는 드라마에 나온 섬진강 줄배를 만나기 위해서다. 물보라 피어오르던 강줄기를 건너 첫사랑 태희의 고향을 찾아가는 그 장면의 아련함 때문이었을까. 드라마 속에 나왔던 몇몇 힌트 덕분에 장소는 ‘섬진강’으로 줄여졌다. 또 현재 섬진강 줄배는 곡성에만 남아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줄배는 이름 그대로 강의 양쪽에 줄을 매어놓고 그 줄을 잡아당기며 건너가는 배다. 넘쳐나는 관광지, 넘쳐나는 사람들 대신 줄배에 의탁해야 들어설 수 있는 깊은 산골 오지라면, 그곳에서는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줄배는 이름 그대로 강의 양쪽에 줄을 매어놓고 그 줄을 잡아당기며 건너가는 배다. 넘쳐나는 관광지, 넘쳐나는 사람들 대신 줄배에 의탁해야 들어설 수 있는 깊은 산골 오지라면, 그곳에서는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더해졌다. 섬진강 줄배는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침곡마을과 호곡마을을 잇는다.
섬진강의 마지막 줄배라. 외지인에게는 이 얼마나 매력적인 명칭인가. 침곡마을 버스 정류장에서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면 호곡나루터가 나온다. 차량으로 움직일 때는 네비게이션에 ‘침곡가든’을 입력해서 지척에 주차하고 길을 건너면 된다. 바로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강가로 내려가면 17번 국도에서는 보이지 않던 줄배가 나타난다. 강 건너 마을로 가려면 남쪽으로 두곡교, 북쪽으로는 퐁퐁다리가 나올 때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이 거리가 제법 된다. 자가 차량이라도 있으면 시간이 좀 줄어들지만 그 무엇도 줄배를 따라올 수 없다. 강 건너 호곡마을에서 9번 지방도를 따라 다리를 건너 침곡마을 버스정류장으로 오려면 꼬박 1시간 이상이 필요한데 줄배에 오르면 순식간에 강을 건널 수 있다.
“외지인들에게는 강줄기 위를 오가는 줄배가 애틋하기도 하고 서정적이기도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척박한 생활을 드러내는 결정적 단서이지 않을까. 건너편에 있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줄을 잡아당기면 줄배는 혼자서도 건너온다”
호곡마을 주민들에게 줄배는 생활인 셈이다. 줄배로 강만 건너면 바로 버스 정류장과 닿으니 정말로 유용하다. 여기서 잠깐, 500리가 넘는 섬진강 줄기 위에 남아있는 유일한 줄배가 이곳 곡성에 남아있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간단하다. 곡성 자체가 섬진강과 보성강 그리고 지리산에 안긴 골짜기인데다 섬진강 건너편에 자리한 호곡마을은 곡성이 품은 진짜 오지마을이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적어 다리가 놓이지 않았고, 실생활용 줄배가 남겨졌다. 외지인들에게는 강줄기 위를 오가는 줄배가 애틋하기도 하고 서정적이기도 하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척박한 생활을 드러내는 결정적 단서이지 않을까. 건너편에 있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줄을 잡아당기면 줄배는 혼자서도 건너온다.
실컷 줄배 구경을 했으니 섬진강 줄기를 둘러보자. 지척에 자리한 침곡역에서는 전라선 폐구간을 활용한 레일바이크를 즐길 수 있다. 섬진강 줄기를 따라 레일이 펼쳐진다. 이는 좀 더 역동적으로 섬진강의 맨살을 볼 수 있어 젊은층에게 인기다. 자외선도 다리 근육도 신경 쓰인다면 곡성역과 가정역을 오가는 섬진강 기차마을로 가서 증기기관차에 올라보자.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 전라선 구간을 활용한 세칸 증기기관차가 섬진강을 따라 달려간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 풍경이 으뜸이다. 기차에 오르면 간략한 해설도 나와 알아가는 재미를 더한다.
가정역에 내리면 섬진강이 코앞에 펼쳐진다. 섬진강 출렁다리 위에서 곡성군청소년 야영장과 섬진강 천문대가 보인다. 가을볕을 머금은 섬진강이 진하다. 곡성에서 1박 이상을 머물 계획이라면 이곳 야영장이나 지척에 자리한 심청한옥마을에 머물면 좋다. 심청설화 근원지로 꼽히는 곡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렴한 가격에 한옥체험을 할 수 있다. 좀 더 색다른 숙박을 원한다면 가정역 근처의 기차마을 펜션이나 곡성역 지척의 레일펜션을 선택하면 된다. 곡성에는 가족단위 여행객이 묵기 좋은 숙소들이 넉넉하다. 누가 봄 섬진강을 최고로 치던가. 아련한 가을 섬진강도 그에 못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