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월 발생한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저소득층의 지원을 강화하는 ‘송파 세모녀 법’을 추진해왔으나 국회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도입 예정이었던 이른바 ‘송파 세모녀법’이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국회에서 표류중이다.
이런 와중에 인천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가족이 자살했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인천 남구의 한 다세대주택 안방에서 이모씨(51)와 부인(45), 중학교 1학년생인 딸(13)이 숨져있는 것을 담임교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안방에선 타다 남은 연탄과 이씨 부인과 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서 5장이 발견됐다. 이씨의 부인은 ‘언제나 돈이 없어 마이너스 통장을 쓰며 살다 끝내 마이너스 인생으로 가는구나. 점점 마이너스는 늘고 보험대출은 다 차고 나락으로 떨어져 추한 꼴 보기 전에 가련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딸은 아빠에게 ‘나랑 엄마랑 먼저 갔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마’라는 부탁과 함께 담임교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놓았다. 경찰은 이씨의 부인과 딸이 먼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뒤늦게 이를 확인한 이씨도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빚더미로 인한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매 사업을 하던 이씨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막대한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김씨가 아파트관리소 등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왔으나 지난 9월 퇴직한 뒤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김씨는 마이너스 통장과 보험 대출금의 만기일이 다가올 때마다 괴로워했고 지난 9월에도 자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의 유서에는 마이너스 통장 대출 만기일이 이달 10일로 곧 다가오는데 대한 심리적 압박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처지 비관이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을 매입해 금융권에 이를 담보로 대출받기를 반복하던 중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채무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죽음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부채규모와 거래내용 등을 파악하는 데에는 앞으로 한 달 정도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가족이 정부로부터 생계 지원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했으나 전혀 진전이 없는 것도 안타깝다. 그러는 사이에 ‘마이너스 인생’은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번처럼 불행한 일도 일어난 것이다. 국민을 위한 법이면 하루빨리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