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0일 현행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정치권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 1에서 2대 1 이하로 바꿀 경우 지역구 246곳 가운데 62곳의 선거구가 인구 기준에 맞지 않아 통합 또는 분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선거구의 평균 인구수는 20만8475명으로 상한 인구수 27만7966명, 하한 인구수 13만8984명이다.
17개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기도는 현행 52곳의 선거구 중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가 16곳, 하한 미달 선거구는 없다. 반면, 경북은 현행 15곳의 선거구 중 인구 상한 초과 선거구가 1곳, 하한 미달 선거구가 6곳으로 선거구가 가장 많이 줄 것으로 보인다.
여당 텃밭인 영남(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은 선거구 67곳 중 인구 상한 초과가 5곳, 인구 하한 미달이 9곳이다. 야당의 아성인 호남(광주.전남.전북)은 선거구 30곳 중 인구 상한 초과가 4곳, 인구 하한 미달이 8곳이다. 충청권(대전.충남.충북)은 24곳 중 상한 초과 4곳, 하한 미달 3곳이다.
하지만 선거구 획정은 인구 기준으로만 하지 않기 때문에 훨씬 더 복잡한 ‘정치 게임’이 된다. 인구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자치 시.군.구 안에서 경계를 조정해 기준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 성동을은 13만8011명으로 하한 인구수에 미달하지만 성동구 전체 인구수(29만7952명)를 감안할 때, 인근 선거구인 성동갑과 경계 조정을 해 하한 기준을 넘을 수 있다. 반면 서울 강남갑처럼 경계 조정을 해도 상한 인구를 초과해 선거구 신설이 필요한 지역도 있다. 이처럼 경계 조정으로도 인구 기준 충족이 어려워 선거구 신설이 필요한 지역이 전국에 9곳이다.
하지만 선거구를 현재 246곳에서 더 늘리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300명 정원을 늘리는 것에 반대 여론이 높은 데다 비례대표 의원을 다시 줄이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지역에서 선거구가 늘어나는 만큼 인구수 하한에 미달한 다른 지역에서는 선거구를 줄여야 하는 ‘제로섬 게임’이 예상됨에 따라, 이 과정에서 여야뿐 아니라 정당 내부에서도 이해관계 충돌이 불가피하다.
지역구 사수에 사활=헌재 결정에 따라 변화가 예상되는 62곳의 지역구 중 현재 새누리당이 차지한 곳은 모두 30곳이다. 이 중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지역구는 17곳,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지역구는 13곳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차지한 32곳 중 인구 상한을 초과하는 곳은 20곳, 인구 하한에 미달되는 지역구는 12곳이다.
인구 상한 지역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향후 지역구 획정 시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개의 지역구가 있는 수원시의 경우 인구가 117만명을 넘어 지역구당 상한 인구수를 적용해 선거구를 조정한다 해도 한 곳은 상한을 초과하게 돼 지역구 신설이 불가피하다. 또 용인, 남양주도 같은 상황으로 경기도의 경우 최소 3곳 이상의 지역구 신설이 필요하다. 인천 역시 각각 2곳의 지역구가 있는 부평구와 서구강화군에서 인구 상한을 초과해 1곳씩의 지역구 신설이 불가피하다.
인구 하한에 미달하는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 지키기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또 통합 또는 분할을 해야 하는 지역구는 어느 행정단위를 떼어내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있을 전망이다. 같은 지역구라도 아파트 등 주거 형태와 소득 수준에 따라 정당 지지도가 확연히 갈려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