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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27 08:2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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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보이첵’은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미완성 희곡으로 1879년 발표된 이후, 세계 각국에서 오페라·연극·무용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되었다. ‘명성황후’ ‘영웅’을 만든 한국 뮤지컬계의 대부 윤호진 연출이 LG아트센터와 함께 8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대형 뮤지컬로는 세계최초로 첫 선을 보인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보이첵은 아내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생체실험’이라는 극단의 선택까지도 불사하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다. 그러나 부조리한 사회의 구조 속에서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빼앗기게 된다. 인간의 정신적인 한계치를 실험당하면서 벼랑 끝에 서 있는 보이첵의 모습을 통해 잔혹한 현실로 인한 절망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를 직접 목도하게 된다.

생채실험의 후유증으로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면서도 사랑하는 아내 마리와 아들 알렉스를 위해 최선을 다해 버텨보는 보이첵. 그러나 현실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마리는 싸구려 유리세공 목걸이와 감언이설에 넘어가 군악대장과 부정을 저지른다. 이와 관련되어 보이첵은 극한의 한계치까지 몰리고 결국 스스로 파멸을 향하게 된다.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며 극적인 상황으로까지 몰고 가는 1막에 비해 1막의 결과로 인해 다소 서글픈 결말을 예상하게 되는 2막은 아쉬운 느낌이 있다. 중요한 사건은 1막에 몰려있고 2막에선 보이첵의 환각과 심리적인 변화를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그러다 보니 속다가 느려지고 힘차게 끌어들이던 몰입도가 약해진 것은 아닌지.

그러나 뮤지컬과 연극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작품의 의도를 살리는 묘미가 있다. 영국의 인디 밴드 싱잉로인스의 음악은 보이첵의 처절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주어 슬프고도 비장하며 아름답다. 앙상블들의 군무와 합창은 끝나고도 귓가에 맴돌 만큼 훌륭하고, 인간의 비열함과 잔인함,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묘사할 때는 연극적인 치열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을 위해 완두콩만 먹으며 실제로 보이첵이 했던 생체실험을 했다는 배우 김다현의 재발견은 놀랍다. 온 몸에 넘쳐흐르는 긴장감과 상실감, 슬픔이 먹먹하다. 전기실험을 당하고 마리의 부정을 알게 된 후 지르는 단발마의 비명은 처연하다 못해 처절하다.

단지 자신들의 쾌락과 목표를 위해 힘없는 인간을 마음껏 유린하는 지배계층의 모습과 반항조차 할 수 없는 보이첵의 무기력한 모습은 안타깝다. 끔찍하다. 서럽고 먹먹하다. 그 시절의 이야기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힘을 가진 이들의 폭력에 시달리며 견뎌야하는 사회의 구조는 변함이 없다. 다만,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조금은 늘었을까?

그동안의 뮤지컬들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인 부조리를 파헤친 원작의 깊이를 모두 보여주기엔 아쉬움이 있지만 윤호진 연출이 말한 이 공연의 궁극적인 콘셉트 “본질로의 회귀”를 묵직하게 전달하고 있다.

스스로 파멸해가는 프란츠 보이첵 역만 더블 캐스팅으로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놀라움을 자아내는 김다현, 보이첵 그 자체라는 김수용 배우가 열연하고 그의 아내 마리 역에 김소향, 마리를 유혹하는 군악대장 역에 김법래가 원 캐스트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미완성인 불후의 명작 ‘보이첵’. 뷔히너가 그린 결말을 무엇이었을까? 창작뮤지컬로서 쉽지 않은 도전을 하고 있는 뮤지컬 ‘보이첵’이 궁금하다면 오는 11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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