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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0-19 12: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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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르곤(연출/각색:임세륜)’은 일본의 극작가 겸 연출가 가네시타 다쓰오의 원작을 각색한 것으로 1993년 실제로 있었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2013년 일본 도쿄 시모키타자와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극단 Da는 연극 ‘고르곤’을 현재 서울, 강동구의 서민 아파트를 배경으로 번안했다.

한 여자가 있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억척스레 딸을 키워낸 강한 어머니. 흔한 이야기 같지만 남편을 잃은 이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 사건인 것을 생각하면 모녀의 삶이 어디서부턴가 일그러진 것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러브호텔 불륜 방화사건’이라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의 살인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여자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지만 어느 새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남자를 산채로 태워 죽인 여자가 대비를 이루며 이야기는 더욱 복잡하고 치열해진다.

연극은 20년 전과 현재를 쉴 새 없이 오간다. 입체적인 구성은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무기가 되어 인물들의 마음과 과거, 현재의 상황을 비추어준다. 그 과정에서 산 채로 남자를 태워 죽인 여자는 어쩐지 피해자인 듯 세상의 동정을 받지만 남편과 아빠를 빼앗긴 모녀의 삶은 무관심속에 방치되고 서서히 무너져 간다.

‘고르곤’이란 메두사를 말한다.
‘누구든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할 것이다.’ 섬뜩한 괴물은 누구인가?

평범한 행복을 원해 다른 이의 단란한 가정을 깨뜨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던 여자는 시종일관 담담한 어투로 그 때의 상황을 설명한다. 사실 원래 죽이고 싶었던 것은 남자의 딸이었다는 끔찍한 고백조차 담담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그녀로 인해 깨어진 가정에서 자란 딸은 마치 저주에라도 걸린 듯 망가져간다. 좋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입사하지만 유부남 상사와 불륜에 빠진 것이다.

딸의 인생이 일그러져가는 것은 어머니와도 관계가 있다.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한 사랑 뒤편에는 보란 듯이 제대로 키우겠다는 욕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딸이 성장하면서 점차 병적인 집착을 보이는 엄마의 인생 역시 비뚤어져 있으니 무너진 것은 당연한 순서인지도 모른다. 두 모녀의 서로에 대한 비난은 비수가 되어 마음을 찢어놓는다.

하지만 꼭 거쳐야하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려워 피하고 싶어도, 아플 것이 자명하다해도 똑바로 인정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니까.

행복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불행하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나 남의 행복을 무너뜨리고 빼앗아서 가지려하면 제일 사랑한 사람을 산채로 태우는 괴물이 된다. 마주하는 사람을 모두 돌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일그러진 현대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연극 ‘고르곤’은 오는 26일까지 예술공간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홍윤희, 김담희, 승의열, 윤상호, 고훈목, 김수연, 신소현, 서혜림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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