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 덕수궁관에서는 한국 추상화단의 발전에 기여한 정영렬의 유작 32점의 기증을 기념하고,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전시인 ‘기증작가 특별전: 적멸의 화가, 정영렬’전을 오는 11월 2일까지 진행한다.
해방 이후 한국의 미술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졸업 후 바로 한국전쟁을 맞은 6.25세대 미술가 가운데 한명인 추상화가 정영렬(1934~1988)은 국제미술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한국 추상화단의 발전을 이끈 중요한 화가이지만, 54세인 1988년 간암으로 갑자기 타계하면서 세상으로부터 잊혀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유족 소장으로 묻혀 있던 대표작 60여점을 발굴해 소개하고 추상화가 정영렬의 작품세계를 새롭게 조망하는 회고전의 성격을 띠면서, 그의 미술사적 위상을 재조명하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작품 중 ‘적멸’ 연작은 당시 무분별하게 유입되던 서양미술에 대한 정영렬의 도전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고전과 전통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통해 만들어 낸 역작이다. 특히, 정영렬이 간암 투병활동을 하면서 제작한 말년의 ‘적멸’ 연작은 일체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작가의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전시에 맞춰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람객들을 위해 '적멸‘의 철학적 의미와 ’추상화가 정영렬‘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
9월 24일에 ‘한국 현대미술 탐구 : 서구미술에 도전장을 던진 화가, 정영렬’을 주제로 급변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정영렬의 끝없는 도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서양미술사학자이자 중앙대학교 교수인 김영호 교수의 이번 강의는 미술전공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현대 추상미술을 쉽게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이어 10월 15일에는 ‘미술관에서 만나는 불교철학 : ‘적멸’이란 무엇인가‘ 강의가 진행된다. 이 강의는 ‘원효’ 연구의 권위자인 불교철학자 김원명 교수를 초청해 불교철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이 밖에도 덕수궁관 나들이에 나선 직장인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아트&런치’ ‘큐레이터 토크’ 등 다양한 전시감상 프로그램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