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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9-11 16: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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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관장 정형민)은 한국 화단의 역량있는 작가의 작품 기증을 기념하고 한국 근현대미술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기위해 ‘기증작가 특별전: 적멸의 화가, 정영렬’전을 덕수궁관에서 오는 11월 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8년 간암으로 타계한 추상화가 정영렬(1934~1988)이 30여년간 치열하게 보여준 작품 활동을 조명하는 회고전의 성격을 띠면서, 그의 시기별 대표작 60여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65년 파리비엔날레 출품작 ‘작품 22’를 비롯해 국제전에 소개됐던 정영렬의 초기작품을 시작으로, 반가사유상과 고려청자와 같은 전통미술에서 한국적 미의 특질을 탐구하고 이를 다양한 추상양식으로 실험한 모색기, 불교사상의 ‘적멸(寂滅)’을 주제로 동양의 정신세계를 명상적인 추상화면 속에 집적시킨 ‘적멸’ 시리즈, 그리고 유화라는 서양식 재료, 평면적인 회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지의 원료인 닥을 재료로 다양한 조형의 세계를 실험한 한지작업에 이르기까지 정영렬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적멸’ 시리즈는 고전과 전통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마침내 결실을 맺은 것으로, 정영렬 특유의 독자적인 화법과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이 시기의 작업은 여러 겹의 밑칠에서부터, 종이 띠를 이용한 형상 배치, 표면의 미세한 요철 묘사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쳐 완성되고, 투명하게 겹쳐 올라간 물감층에서 배어나오는 색감은 깊은 명상의 경지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과 미세한 떨림을 전달한다.

작가가 오랜기간 천착했던 ‘적멸’이라는 주제는 동양적인 한지라는 재료를 만나 마침내 형식과 기법, 재료, 조형 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한지를 통해 왕성하게 회화 영역을 확장하던 정영렬이 급작스럽게 타계하면서, 마지막 시기의 한지작업은 국내에서 심도있게 조명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정영렬의 한지작업의 변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렬은 상업적인 전시나 작품 매매에 초연했고, 화단의 주류나 유행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고집스럽게 작품 제작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또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54세의 나이에 갑자기 간암으로 타계하면서 점차 화단에서 잊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정영렬은 화단의 유행과 거리를 두면서도 국내외 미술의 흐름을 놓치지 앓고 자기세계를 단단하게 완성했고, 자기 양식의 안일한 반복이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멈추지 않으면서 전후 한국 추상화단의 발전을 견인한 화가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정영렬은 새롭게 <적멸> 연작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적멸’은 죽음, 곧 열반을 의미하는 불교 용어이다. 그러나 정영렬의 작업에서 ‘적멸’은 불교 사상의 한정된 의미를 넘어, 작품과 작가가 하나가 되고 이를 통해 작품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확장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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