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을 찾아보겠다며 용감하게 길을 나서도 다시 되돌아오게 되는 곳이 있다면,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그 자리라면, 어느 새 받아들이고 주저앉게 될까? 체념하고 나면 오히려 편안한 자유를 느끼게 될까?
연극 ‘인사이드 히말라야(연출 : 박선희)’는 연우무대의 세 번째 여행연극 시리즈로 전 작인 ‘인디아 블로그’와 ‘터키블루스’를 본 사람이라면 이번엔 히말라야를 다녀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그리고 과연 그들이 보여줄 히말라야는 또 얼마나 예쁜 이야기로 가득할까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연극을 본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인사이드 히말라야’는 특유의 따스함이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 ‘히말라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은 단지 인생의 버킷 리스트 위에 있는 하나의 항목일 뿐 선뜻 나서진 못한다. 우선은 그 곳은 목숨을 담보로 각오해야 오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래킹 코스를 따라 가다보면 수많은 Missing전단지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Missing. 안타까운 일이다. 그 곳에서의 Missing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Missing을 바라보며 찾아야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 잃어버린 것을 찾을 수는 있는 건지, 어쩌면 잃어버렸다는 사실마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극 ‘인사이드 히말라야’는 벗어날 수 없는 닫힌 공간에 가둬진 다섯 남자가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서먹한 공기가 느껴지고 남자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낯익은 배낭의 물건들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기억을 찾아간다. 왜 히말라야에 오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심각해지기도 하고 솔직하게 속내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왜 이곳에 오게 된 것인지에 이르면 더 이상 갈 곳을 잃고 헤맨다.
이름을 잊은 그들은 자신을 알랭 드 보통(김다흰), 무라카미 하루키(김현식), 밥 딜런(전석호), 코비 브라이언트(임승범), 알 파치노(박동욱)라고 칭하며 서로에게 다가서지만 한 번씩 한계 상황에 이르고 벗어나려 필사적으로 도망하지만 결국 다시 제자리 일뿐이다. 마치 벗어나고 싶지만 다시 되돌아오는 미로처럼, 벗어날 수 없는 인생처럼.
밥 딜런이 말한다. 한번 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해 보고 싶었노라고, 그래서 히말라야에 왔다고.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갈망하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그들은 얼마나 자유로워보였는지. 그러나 그들이 찾아 간 것은 결국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새로운 것이라고 믿었던 자기 자신, 본질이 아니었을까.
히말라야에서 가져온 연극에 쓰인 이국적인 소품들은 우연의 일치인지 모두 기도를 할 때 쓰는 도구들이었다. 위험한 곳인 만큼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소리를 원하는 것일까. 발견했지만 걸고 올라갈 곳이 없는 사다리, 문은 있지만 나갈 수 없는 곳, 뻥 뚫린 가구. 그 곳은 과연 어디일까?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유리 산의 다섯 소년 이야기는 조금 섬뜩하고 순수하고 그래서 슬펐다. 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반복되지 않을까? 그 공간이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이전의 작품들과는 다른 분위기이지만 직접 히말라야를 등반하고 돌아와 함께 창작한 작품인 만큼 특유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단지 좋은 부분만 걸러내지 않고 조금 아프고 끔찍했던 부분도 관객들과 나누려한 시도 역시 의미가 있다. 공연은 살아있고 늘 함께 완성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인생의 버킷리스트 순위권에서 빠지지 않는. 과연 그 안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가? 포장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하지만 진실한 그들의 이야기, 연극 ‘인사이드 히말라야’는 오는 4일까지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