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 ‘이 미스터리가 최고’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지난 2005년 연말 미스터리 소설 3개 부문 모두에서 최초로 1위를 기록해 세간을 놀래게 만들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이 가진 기록이다. 이 소설이 국내 초연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니시타니 히로시 감독이 동명영화로 무려 4주간 일본 내 박스 오피스 1위, 한국에서도 방은진 감독이 ‘용의자 X’로 개봉해 호평을 받았다. 베테랑 극작가인 나루이 유타카가 원작에 충실하게 소설을 연극으로 옮기고 일본 극단 캐러멜 박스가 무대에 올려 사랑받았다.
헤어진 남편인 토미가시가 갑자기 찾아오자 당황한 야스코. 전 남편의 폭력과 집착으로부터 도망했지만 다시 붙잡힌 것이다. 그의 행패에 딸인 미사토가 꽃병을 내리치고 결국 야스코는 딸을 지키려다 그를 살해하고 만다. 그 때 옆집에 사는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이시가미가 찾아와 도움을 준다. 그는 자신의 말대로 하면 괜찮을 거라고 하는데.......
‘용의자 X의 헌신’은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가 해결사로 등장한다. ‘괴짜 갈릴레오’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경시청 수사 1과의 쿠사나기 형사와의 친분으로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주곤 한다. 이 사건에서 유카와는 단순히 자신이 인정한 천재 이시가미와의 재회를 반가워하다가 그를 의심하게 되고 결국은 두 천재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아무도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쉬울까?” 연극에 나오는 대사이다. 결국 한사람은 문제를 내고 다른 한사람은 풀었다. 문제를 낸 사람은 자신의 문제를 푼 친구를 향해 옅은 미소를 보인다. “역시 자네가 해낼 줄 알았어”하는 자랑스러움마저 언뜻 묻어있어 더 서글퍼진다.
추리물이 인기가 있는 것은 숨겨진 트릭이 밝혀지며 범인의 정체가 탄로 나고 옳지 못한 짓을 저지른 어리석음이 확실하게 징벌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히 추리소설이 원작인 작품임에도 범인이 잡힌 것이 전혀 시원하지 않다. 오히려 진한 슬픔에 먹먹해진다. 그것은 범인의 깊은 사랑이 전해졌기 때문이었고 그의 헌신에 감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한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본질마저 바꿔버린 사랑을 만났을 때 그는 피해가지 못했다. 있는 힘을 다해 지키는 쪽을 택했다. 잘못된 일인 것을 알고 있어도 그게 전부라는 듯 그는 묵묵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도망할 길조차 막아버린 채.
원작을 잘 살려 출중한 연기력으로 천재들의 두뇌싸움이 펼쳐진다. 극이 진행되면서 배우들의 연기 외에도 소설의 핵심 문장을 그대로 읽어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낭독형식은 원작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을 잘 설명해주어 극의 이해를 돕기 때문이다. 짜임새 있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강력한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창작극단 LAS의 이기쁨이 연출을 맡고 천재 물리학자이자 해결사 유카와 마나부 역에는 이갑선, 모든 것을 사랑을 위해 헌신한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테츠야 역에는 신안진, 헌신적인 사랑의 주인공 야스코 역에는 이안나, 경시청 수사 1과 쿠사나기 역에 전익수, 이 밖에 곽지숙, 윤성원, 권동호, 이정선이 함께 한다.
완벽한 공식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수학자의 헌신적인 사랑, 연극 ‘용의자 X의 헌신’은 오는 8월 2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3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