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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04 1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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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작/연출 서윤미)는 2012년 초연됐다. 당시 대극장 작품들 사이에서 기적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면서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누가’가 아닌 ‘왜’에 초점을 맞춘 심리추리스릴러 장르로 흔하지 않은 소재와 내용으로 호평 받았다.

1926년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그라첸 박사의 대저택에 불이난다. 화재 후 발견된 시체에 얽힌 미스터리한 살인사건, 박사의 집에 입양됐던 네 남매는 화재이후 기억을 잃고 아이들을 구한 유모는 사라져버린다.

전도유망한 변호사였지만 실수로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려는 한스는 과거의 사건을 통해 재기를 노린다. 행방불명이 되었던 메리를 겨우 찾아내고 흩어져있는 형제들을 불러낸다. 미술가로서 성공한 듯 보이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헤르만과 단정한 모습의 음악교사인 안나, 공황장애와 언어장애까지 앓고 있는 요나스. 진실을 찾기 위한 네 남매의 치열한 기억 찾기가 시작된다.

어두운 과거는 모두 잊고 편하게 조용히 살고 싶다는 안나의 말에 한스가 말한다. “기억이란 사라지는 게 아니야. 재생커튼을 찾지 못해 정지해있을 뿐이야. 생각해 봐,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안고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어?” 그랬다. 네 명의 남매에게는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억이 그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어떤 기억인지 모르지만 그들은 무의식중에 진실을 찾기보다는 멀리 도망치려고 한다. 있었던 일인데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굉장한 공포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발목을 잡히는데도 왜인지 도무지 알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던 것은 아닐까?”라는 작은 의문으로 시작된 의심이 깊어지고 짙어져 마침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어 가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한스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진실을 알아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진실에 대한 갈증이 의심과 두려움마저 떨쳐내게 만든 것이다. 발터 형사가 보낸 작은 수첩은 다만, 동기부여가 되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하고 울고 화내며 네 남매는 점차 믿을 수 없는 잔혹한 진실 앞에 서게 된다.

어떤 그림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퍼즐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내고 점점 정체가 밝혀지면서 엄청난 긴장감과 슬픔이 전해진다. 어떤 이는 어째서 굳이 잃어버렸던 기억을 들춰내서 아파야하는가?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성장할 수 있는 길은 없다. 탄탄대로를 걷는 듯 보여도 어느 순간 무너져 내리게 되는 것이다. 끝없는 나락으로.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용감한 선택은 슬픔과 함께 감동으로 남는다. 결국 인간은 넘어지고 실수하고 상처입고 아프지만 또 그만큼 성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두려워 덜덜 떨면 어떤가, 한걸음 내딛기 위한 자리에 섰다면 이제 눈을 감고 걸으면 된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니까. 행복해지기 위해 기꺼이 출발하는 두려운 발걸음, 아이들을 응원해본다.

피아노 선율이 슬프도록 아름다우며 중독성 있는 넘버가 공연장을 나서도 계속 떠오른다. 배우들의 몸동작과 단순한 무대는 멋진 오브제가 되어 상당한 몰입을 돕고 있다. “몸동작이 공기를 바꿔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출의 설명처럼 조용하고 기묘한 동작들은 스산하고 안타까운 극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또한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는 일본 토호극단에 라이선스 계약이 성사돼 오는 5일 도쿄 세타가야 퍼블릭 씨어터에서 일본 초연을 앞두고 있다. 서윤미 연출은 “이 작품이 해석의 여지가 많아 언어소통이 안 돼도 공연이 가능할까 걱정했지만 언어보다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이 한스의 시선이 주체가 되는 마지막 시즌이라 밝힌바 있는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책임감 강한 변호사이자 첫째인 한스 시몬 역에 임병근, 박한근, 감성 넘치고 조금은 불안해 보이는 미술가인 둘째 헤르만 디히터 역에 송원근, 배두훈, 서경수, 결벽증을 가진 단정한 음악교사 셋째 안나 레아 역에 강연정, 유리아, 공황장애와 언어장애까지 겪고 있지만 핵심열쇠를 쥐고 있는 막내 요나스 엥겔스 역에 김경수, 윤나무, 정휘, 아이들을 지극히 사랑한 보모 메리슈미트 역에 홍륜희, 최현선배우가 함께 한다.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오는 8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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