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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01 10: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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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책은 저자가 단지 즐기기 위해 상상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등장인물의 이름과 삶이 사실과 다를 수 있으니 특정가문에서 문제 삼지 않길 바라며, 혹시 이 문제적 서책의 소지와 읽기에 두려움이 앞서는 자가 있다면 과감히 덮기를 충고한다.”

시작하면서 선언하듯 당부하는 이 문장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2013년 CJ Creative Minds 뮤지컬 부문 선정 작, 뮤지컬 ‘균’은 리딩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성원을 받는데 성공했으며 2014년 서울시 뮤지컬 단 상반기 정기공연작으로 확정되었다.

형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절필을 선언했던 양반가 자제 ‘균’은 어릴 때부터 인연이 있던 유희경에 의해 문장가들의 모임인 ‘풍월향도’에 오게 되고 그곳에서 기생이지만 천재적인 문장가 이매창을 알게 된다.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 갈등을 중심으로 조선 최초의 언문소설 ‘홍길동전’의 창작 비화를 그린 이야기로 즐겁지만 가볍지 않게 그려냈다.

광해군의 총애를 받지만 언제나 형의 죽음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사는 ‘균’은 신분과 상관없이 자신의 종이었던 유희경과 호형호제하며 지낸다. 그러나 희경의 부름으로 찾은 풍월향도는 온통 마음에 들지 않는 것뿐이다. 조롱하고 함부로 대하지만 그는 결국 그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다만 글을 썼다하여 손목을 자르고 여자와 천민은 사람취급도 받지 못하던 시대에 말이다. 그저 사람이니 사람이야기를 들어주고 들어주며 그렇게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매창의 노래는 조금은 서럽고 한편으론 당당해 균의 마음을 파고든다. 그렇게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는 백성들이 듣고 싶어 할 이야기를 꿈꾼다.

뮤지컬 ‘균’은 사실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더한 팩션(Faction)으로 1막은 다소 이야기의 흐름이 정체되어있다.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해 인물들과 시대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하기도 하다. 다만, 2막이 즐거운 것은 1막에서의 든든한 기초 덕분인데 조금 아쉽다. 1,2막의 배분이 좀 더 입체적으로 이루어졌다면 훨씬 재미있는 작품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흥을 돋우는 춤과 노래가 있어 시선을 고정시키고 몰입하게 만든다. 확실히 비장하던 역사를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반주는 건반에 대금과 피리, 18현, 25현 개량 가야금을 더하고 전자기타와 베이스기타와의 조화를 통해 크로스오버음악이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해야만 하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존중한다는 말 뒤에 숨어 비겁하게 속내를 감추고 눈치나 보는 것이 전부인 것은 아닐까? 말 한마디로 똑같은 상황에 처해있을지라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뮤지컬 속 세도가인 이이첨 대감은 문장가들을 경계했다.

경계할 정도로 대단한 문장가들이 활동했다는 이야기이고, 그들의 문장이 실제로 영향력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하다. 백성들은 어떤 이야기를 필요로 한 것일까? 그저 읽고 있는 그 순간에는 꿈속인 듯 살 수 있는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앞으로의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이야기였을까 궁금하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

꿈을 꾼 사람들의 이야기. 전대미문의 문제작으로 꼽히는 ‘홍길동 전’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목숨마저 걸어야했던 사람들. 그래서 그 이야기가 아직도 숨 쉬고 있는가보다. 여전히 읽혀지고 사랑받는가보다. 어쩌면 여전히 ‘백성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균처럼 퍼져나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세상에게 옮겨지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한편, 1961년 창단된 서울시 가무단이 1999년 ‘서울시 뮤지컬단’으로 바뀌었다. 국내 최장 뮤지컬 단체로 상당한 저력을 보여준다. 시대의 이단아, 당대 최고의 문장가 균 역에 이경준, 한일경, 뜻과 문장으로 신분마저 초월해버린 희경 역에 박봉진, 시를 노래하며 사람답게 살기를 꿈꿨던 최고의 기생 매창 역에 박정아, 유미, 당대의 문장가들을 핍박하던 세도가 이이첨 역에 주성중, 매창의 어미이자 행수 월화 역에 왕은숙, 권명현, 풍월향도의 강쇠 역에 원유석, 길동역에 신대성, 이밖에 임승연, 박선옥 등 서울시 뮤지컬단의 배우들이 열연한다.

한편 서울시 뮤지컬 단이 2014 상반기 정기공연작으로 올리는 뮤지컬 ‘균’은 오는 1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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