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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6-04 15: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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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꿈치 핥아 봤어요?” 남자에게 여자가 묻는다. 이 흔치 않은 대사는 여러 번의 암전과 함께 익숙한 대사가 되지만, 결말은 전부 다르다. 시큰둥한 얼굴로 밀쳐내기도 하고, 마주보고 서서 미소 짓기도 하고, 다음 데이트로 연결되기도 한다.

연극 ‘별무리’는 혜성처럼 등장해 스타가 된 작가, 닉 페인(Nick Payne)이 쓴 작품이다. ‘별무리’는 2012년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최고 연극상과 제2회 헤롤드 핀터상을 작가에게 선사했고,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아직 젊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답게 진부한 문구나 패턴이 싫은 걸까, ‘별무리’는 당황스러울 만큼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는다. 아니, 같지만 다른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하는 기분이 든다.

단지 두 사람 뿐인 배우들과 자갈밭 위에 마치 지구인 듯 형상화 된 무대, 그리고 별무리. 양봉업자인 롤란드(Roland)와 서섹스 대학 양자 우주학 연구원 마리안(Marianne). 두 사람의 연애와 사랑 이야기는 일반적이지만 “그래, 결심했어!”를 남발하던 오래 전 TV프로그램처럼 하나의 선택에 따른 다양한 가능성과 그에 따른 결과들은 흥미진진했다.

어쩌면 그 때 이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지금 내 모습은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한번쯤 누구나 가져보았을 것이다. 이미 지나가버렸기에 더 이상 바꿀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순간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 내 모습이, 내가 있는 이 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무겁지 않게 그런 순간들을 그려내는 작가의 독특하고 세련된 이야기가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조금 생소한 천체물리학의 평행우주이론과 두 연인의 로맨스를 접목하여 어쩌면 또 다른 우주에서 이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가능성이 친근하면서도 독창적이다.

일관적인 스토리의 진행이 아닌, 여러 갈래로 변주되는 감정들을 똑같은 대사임에도 미묘하게 다른 감정으로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역량도 훌륭했다. 데쟈뷰가 이어지는 듯, 같은 대사를 듣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끌어가는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았다. 초반, 대사를 잊어버린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장면은 후반부에 갈수록 서글퍼진다.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어찌 되었든, 누군가를 사랑하고 곁에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온 시간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하기 위하여.

별무리처럼 가득한 가능성가운데 어느 별을 선택할까? 고민해보는 것도 한동안 즐거울 것 같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연극 ‘별무리’는 아시아 첫 라이선스 공연으로 류주연 연출과 극단 골목길의 간판배우 주인영이 마리안을, 1년 만에 무대에 복귀한 최광일이 느긋한 양봉업자 롤란드역으로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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