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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5-30 15: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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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녁, 크로스 드레스 이성 옷 기호자들의 bar다. 퇴근해 홀로 온 샐러리맨들이 정장을 벗고 넥타이를 풀고 가발을 쓰고 여자 옷으로 갈아입고, 차가운 맥주 한잔이나 칵테일 한잔을 시켜 등 돌려 말없이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달랜다. 이곳으로 오랜 출장에 지친 한 남자가 찾아든다. 집에 바로가기 뭐해 그저 맥주 한잔이나 할까 한 그 남자는 맥베스라 불린다.

맥베스는 자신이 전쟁터에서 왔음을 말하지만 질문을 던진 남자는 믿지 않는다. 맥베스는 남자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전쟁들을 증명한다. 무고한 양민살해의 어느 순간도. 레이디 맥베스가 집 밖에서 방황하는 맥베스를 질책하면서 바삐 돌아오기를 촉구한다. 맥베스는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남자는 자신을 기다리는 어린 아들을 핑계로 거절하지만 코러스들의 어떠한 예언과 맥베스의 안전에 대한 약속에 결국 초대에 응한다.

게릴라 극장의 셰익스피어 축제,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4월4~27일/원작 모리츠 링게), '늙은 소년들의 왕국'(5월1~18일)에 이은 ‘셰익스피어의 자식들’ 세 번째 작품으로 '길 잃어 헤매던 어느 저녁에 맥베스'(5월22일~6월11일)이다. 2014년 서울 어느 저녁을 배경으로 멕베스를 비틀어 재창작한 초연작이다.

원작 멕베스의 욕망은 세 마녀의 예언에 따라 갑자기 불타오르다 끝내 멕베스와 레이디 멕베스를 삼켜버린다. 이번 연극에서의 멕베스는 한나라의 장군이 아니라 샐러리맨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내에게 휘둘리는 가장으로, 전쟁터에서 돌아온 사람으로, 살기 위해 사기를 치기도 하는 사람으로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전쟁터에서 그가 저지르는 살인은 정당방위라기엔 너무나 치졸하고 그는 아무런 죄책감이 없어 보였다. 그런 그가 현실에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휘둘리는데 좀 더 힘을 갖기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게 될 때 멕베스와 레이디 멕베스는 역할을 바꾼다. 마치 흔들릴 때 마다 레이디 멕베스의 다그침에 다시금 욕망의 노예가 된 것을 나타낸 것일까.

가슴속에 타오르는 힘에 대한 욕망은 사람으로서 가졌던 마음마저 잃게 만든다. 화장실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마도 어머니의 배를 찢고 태어난 맥더프를 형상화했다. 아이가 눈을 잃게 되는 과정, 반드시 살아있어야 한다며 스스로 귀를 멀게 하는 모습들은 흠칫, 소름이 끼치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어디까지 내어줄 수 있는가 궁금해졌다.

만약 목숨만 붙어 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면, 사람은 그리 잔인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울면서, 공포에 떨면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눈을 빛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간의 욕망이란 파멸로 이끌어가기 위해 엄청난 속도를 낸다. 잠시 한숨을 고를 수 있다면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하는 것을 향한 폭주에 굴복당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인 것을 몰랐기에 끝없이 손을 뻗치는 것이다. 욕망을 이루기엔 너무 약하고 더러운 인간, 맥베스는 인간의 손으로는 누구도 죽일 수 없다 했지만 결국 모든 것을 다 가져보고 남김없이 잃었다. 아니, 어쩌면 다 잃어버린 자기 자신 하나만은 찾았을까?

한편, 오는 6월 11일까지 게릴라극장에서 백하룡 연출로 이동준, 황유진, 배준일, 김아영, 이흔지, 송준형, 김세영, 김신혜 배우 출연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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