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05-10 11:56:22
기사수정

연극 ‘사랑별곡’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 연극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연극열전’ 다섯 번째 시즌 첫 번째 작품으로 선정됐다. 지난 2007년 파파프로덕션 창작희곡 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마누래 꽃동산’이 원제인 이 작품은 2010년 초연에 이어 올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견 명배우들과 함께 돌아왔다.

산에서 캔 나물을 팔아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며 억척스런 삶을 살아온 순자는 여전히 남편의 뒤치닥거리를 하며 소주한잔을 벗 삼아 살아가고 있다. 아들이 죽고 혼자 된 며느리, 있는 거 없는 거 다 퍼주는 남편 때문에 속상한 딸, 이제는 순자 몸에 좋다는 약초를 캐며 곁을 지키는 남편과 함께.

어느 날, 증손자 돌잔치를 마치고 고단한 낮잠을 청하던 순자에게 김씨가 찾아온다. 그는 순자의 첫사랑으로 두 사람에겐 서로를 지키려다 생긴 상처가 있다. 이제는 나와 함께 가자는 김씨의 말에 선뜻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과연 순자는 그를 따라갈 수 있을까?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왔지만 마음속엔 첫사랑 김 씨를 품고 살아온 순자와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속을 썩이면서도 함께 살아온 남편 박 씨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작은 이야기지만 그렇기 때문에 묵직한 울림이 남는다.

평생 동안 속을 썩여 온 남편이지만 누가 뭐라 하면 역성을 들게 되는 순자의 마음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을 함께 해 왔기에 미운 정 고운 정이 담뿍 들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다리를 절며 오가는 걸음이 되어서야 조금은 솔직해진 건지 박 씨는 순자를 위해 민들레를 캐오고 먹고 싶다는 주전부리를 장에까지 나가 사다주는 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는 나이 들어 알도 낳지 못하는 암탉처럼, 그의 보살핌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를 바랐던 건지.

사랑하는 이가 평생 곁에 있게 되었지만, 그 마음속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아는 일은 화가 나는 일일 것이다. 상처받고 분노하다가 나보다 훨씬 많이 아프게 하려고 심술을 부리기도하겠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서글퍼지는 것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아내를 보내고 나서 박 씨는 날마다 무덤에 찾아가 꽃을 심는다. 아내가 좋아하던 꽃을. 그리고 어느 날, 늘 앉던 버스 정류장에 있던 바위위에 꽃이 핀 것을 발견하고 한참을 바라본다. 어떻게 그 위에 고운 꽃이 자라났을까? 심술만 부리던 마음에 살포시 앉았다가 조용히 피어난 사랑처럼.

연극을 보며 사랑이란 참으로 길고 깊은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헌신하는 아내와 엄마로서 살면서 가슴 깊은 곳에 사랑을 묻어둔 순자의 사랑도, 그런 아내를 미워하려 애썼지만 미워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사랑한다며 솔직하게 다가서지도 못한 채 자신의 '옹졸한 사랑'이 미안한 박 씨의 사랑도 안타까웠다. 안타까운데 또 그렇게 먹먹하게 다가서는 애틋함이 시리다.

딸처럼 살뜰하게 시부모님을 찾아오는 며느리와 사는 일이 팍팍해 부모에게 잘해드리지 못해 서러운 딸, 오고 가며 순자의 가게에 들려 술을 얻어먹던 이웃들. 연극에 나오는 인물들은 너무나 익숙하고 정겹다. 부부가 사는 방과 집의 울타리와 지붕에 내리는 비. 그 빗소리마저 정겹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지만 아름다운 대사와 명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초연 때 연출을 맡았던 구태환이 '드러나지 않지만 존재하고, 불가능할 것 같지만 가능한 것들'에 대해 연극을 통해 이야기한다. 깊은 사랑을 가슴에 묻고 억척스레 살아왔던 순자 역에 고두심, 무뚝뚝하지만 아내를 깊이 사랑하는 남편 박 씨 역에 이순재, 송영창, 짓궂지만 박 씨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친구 최 씨 역에 서현철, 남문철을 비롯해 정재성, 김현, 황세원, 허웅, 박초롱, 김정환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는 8월 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hangg.co.kr/news/view.php?idx=1166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