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지난 2011년 CJ Creative Minds 선정 이후 2012년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앙코르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충무아트홀에서 초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재연으로 따뜻한 온기과 힐링되는 공연으로 사랑받았다. 지난달 26일 개막해 오는 7월 27일까지 다시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 포로를 이송하는 임무를 맡은 한영범 대위와 신석구 하사. 무기와 포로를 싣고 가던 중 폭풍우를 만나 배는 무인도에 불시착하게 된다. 북한군의 숫자가 많아 서로의 입장이 바뀌어버린 가운데,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류순호는 전쟁후유증으로 고통 하느라 명령을 듣지 않는다. 무인도에서의 생활이 하루하루 더해질수록 갈등은 심해지기만 하는데, 어느 날 순호와 영범이 어이없는 주장을 한다. 우리 말고 이 섬에 누군가 한사람이 더 있다는 것. 그 사람이 바로 ‘여신님’ 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다른 서로를 향한 눈빛은 오직 적대감뿐이었다. 차가운 표정, 냉정한 말투,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싸움. 다른 이념을 가졌기에 ‘적’이라고 부르던 시절의 이야기. 그러나 이야기는 점차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여섯 사람의 군인에게 자꾸만 정이 간다. 꾀돌이 한영범 대위와 죽이 척척 맞는 신석구 하사의 깨알 같은 콤비 연기에 웃음 짓다가, 냉정하고 천생 군인인 상위동지 이창섭의 예기치 못한 이야기에 울컥 울게 되고, 사랑하는 누나를 떠올리고, 다정한 누이동생을 그리워하는 그들이 분명 우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각기 다른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서로를 이용하려던 계획에 불과했던 ‘여신님’을 통해 그들은 점차 달라진다. 같이 먹고 자고 씻고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지난 초연, 재연 공연들보다 서로에 대한 친밀도가 더욱 짙어진 것 같아서 극의 마지막이 더욱 감동적이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가진 힘은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사랑스러움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넘버의 힘이 따뜻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태도가 변해가는 과정은 마냥 웃고 즐기는 사이 깊이 다가와 결국 눈물이 나게 만든다. 동화처럼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넘버가 참 아름답다.
결국 ‘적’이란 어떤 대상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들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려져 있는 생각의 벽 너머에 존재하는 무엇일 뿐. 마주하는 동안 그 벽에 서서히 금이 가다 어느 순간 무너져버린 건 아닐까. ‘형’이라는 단어 하나에 그랬을 수도 있고 들켜선 안 되는 것을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모습에 그랬을 수도 있다. 다만 벽이 무너지자 보이는 것이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내 형제가.
꾀 많은 잔머리 대 마왕 한영범 역은 김종구, 정문성, 조형균이 캐스팅됐고,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류순호 역에는 신성민, 이재균, 전성우, 려욱이, 첫사랑의 안타까움을 보여주는 남한군 신석구는 안재영과 정순원, 자신의 상황에 갈등하는 북한군 조동현 역은 윤석현과 백형훈, 재주 많은 북한군 변주화 역에는 주민진과 문성일,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신 역에는 이지숙과 손미영이 함께 한다.
5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면 여신님과 귀여운 군인들을 만나러 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참혹한 죽음과 냉정한 현실 앞에서 슬픔을 나누는 것도 고귀한 일이지만, 작은 힘일지라도 보낼 수 있도록 스스로 일어서는 노력도 필요하다. 작은 희망, 잠시 동화처럼 예쁜 이야기로 위로받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연출 박소영, 극.작사에 한정석, 작곡 이선영, 음악 감독에 양주인이 여전히 작품을 표현하고 있는 여섯 군인들의 좌충우돌 무인도 표류기,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종로 5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