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화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시작된 지 1년. 사회 곳곳에서 올라오는 소리들과 아쉬움, 한 번에 다 수용할 수 없는 정부의 괴로움...여러 사건들의 발발과 재평가의 논란이 되면서도 박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지키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이런 시기에 천하를 호령하던 흥선대원군이 지닌 역사의 뒤안길에 서기까지 아스러지는 조선을 바라보는 심정의 연극 ‘운현궁에 노을지다’가 오는 4월 4일부터 6월 1일까지 대학로 알과핵 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운현궁에 노을지다’(연출 이상희)는 19세기 후반 조선의 급변하는 정치적 사건들과 아들과 며느리에게 쫓겨나 격렬한 분노로 앓게 되는 흥선대원군의 망상증이 겹치면서 전개된다.
폭풍과 같이 말려드는 감정의 극단적 상태에서 일어나는 정신의 분열, 그리고 환각과 환상 등 흥선대원군 내면의 상태는 그의 외적인 파란만장한 삶과 중첩되면서 상상력 충만한 극적 장면들로 그려진다.
흥선대원군이 양주의 직곡산장으로 사실상 유배돼 자살을 결행할 산행 중에 내면의 자아와 만나는 환각 상태를 경험한 후 망상증을 극복하고 초심을 찾아가는 극의 핵심적 상황엔 삶과 인생에 대한 통찰과 깊은 심안이 담겨있다.
또한 지속적인 긴장감과 박진감, 그리고 적당한 이완의 효과를 담당하는 장치들이 탁월하게 사용되면서 전개되는 극적 구성은 연극적 상상의 재미를 더해 준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를 온몸으로 맞서 살았던 군주, 그리고 아버지로서 한 인간이었던 흥성대원군, 그 내면의 상태를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그린 이 작품은 스러져가는 조선을 바라보는 애끓는 비통함과 함께 새로운 조선으로 다시 부활하길 희망하는 흥선대원군의 ‘조선아-, 조선아-’란 외침으로 끝맺는다.
이 작품의 각 인물들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권력과 정치적 욕망들이 시공을 넘어 표현되면서, 어린나이에 즉위해 섭정을 받는 꼭두각시에서 군왕으로 성장하려는 고종과 외세의 힘을 빌려서라도 세계정세에 대등하려는 명성황후 민씨, 이와 대립해 국세부터 굳건히 하려 쇄국을 펼치는 흥선대원군의 정쟁은 도포자락이 휘둘릴 때마다 궁에는 피바람이 몰아온다.
특히 전통사극의 구성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인 선율과 국악이 조화가 이뤄진 오케스트레이션에 얹어진 배우들의 몸짓과 표현들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과 견줄만하다.
이학재, 김동석, 전광진, 조원희, 정의갑, 유지수, 김용선, 박기산, 최경희, 이윤상, 유학승 등이 출연하며, 공연은 평일 7시 30분, 토 3시.7시30분, 일 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