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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31 09: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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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예술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작, 대본구성`연출 이윤택의 ‘피의 결혼’을 관람했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 1898년~1936년)는 스페인의 시인.극작가이다. 유럽 여러 나라의 연극의 영향 밑에 놓여 있었던 스페인 연극을 혁신시켰고, 외국의 극단에도 영향을 끼친 대작가 로르카는 가장 애도해야 할 스페인 내전 중의 희생자 중 한 사람이다.

그라나다 근처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총살된 이 시인은 미국을 여행한 후, 1931년에 극단 '바락카'를 조직하고 스페인 고전연극의 부흥에 분투, 이어 3대 비극 ‘피의 혼례’(1933), ‘예르마’(1913),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1934)을 완성했고, 시와 극이 융합하는 경지를 민족적인 소재 중에서 실현했다. 이것은 오늘날 세계 연극의 중요한 공연 종목이 되어 있다.

스페인의 전통적 서정을 현대적으로 표현했으며 향토인 안달루시아의 마을을 초현실주의 수법으로 드라마틱하게 노래했다. 최초의 ‘시의 책’(1927)에 이어 ‘집시시집’(1927)에서 그의 시는 성숙해졌다. 작품도 실험적인 시도를 구사했으며 항상 민중을 떠나지 않았다. 시는 주제나 그 형식과 수법이 잡다하고 음악적.연극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데 용어에 있어서는 어느 때는 철없이 보이고 어느 때는 신비한 베일에 싸여 있다.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ía Lorca)의 일대기는 ‘데스 인 그라나다 (Death In Granada, Lorca, 1997)’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36년 스페인 내전이 전국으로 확산될 무렵, 10대의 리카르도 페르난데(Ricardo: 에사이 모랄레스 분)와 호르헤 아길레는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 출신의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Lorca: 앤디 가르시아)의 시와 희곡에 매료되어 있었다. 친구인 호르헤와 함께 로르카의 표현주의 연극 '예르마'를 보러 마드리드에 갔던 리카르도는 그곳에서 자신의 우상 로르카를 만난다. 이것은 어린 리카르도(Young Ricardo: 나임 토마스 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고 훗날 그를 다시 스페인에 오도록 만든다. '나를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로르카는 얼마 뒤 시체로 발견된다.

1953년 푸에르토리코, 이제 31살이 된 리카르도는 샌 후안 대학에서 로르카의 작품을 가르치면서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18년 전에 있었던 스페인 내란 때 일어난 잊지 못할 사건들에 열중하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사랑했던 로르카의 죽음 뒤에 베일이 드리워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 사건에 관심을 기울인다. 마침내 리카르도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르카의 죽음에 관한 의문을 풀기 위해 프랑코가 지배하는 스페인으로 돌아간다. 로르카의 흔적을 뒤쫓다가, 인사차 들른 호르헤의 아버지 아길레 장군(Colonel Aguirre: 제로엔 카라부 분)의 집에서 리카르도는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호르헤의 여동생 마리 오헤냐(Mar? Eugenia: 마르셀라 월러스테인 분)를 만나게 된다.

이제 성숙한 여인이 된 그녀는 로르카의 죽음을 궁금해 하는 그에게 조금씩 실마리를 던져주지만,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경고한다. 진실에 가까워져 갈 수록 로르카의 죽음과 연계된 이들로부터 갖은 협박과 폭력을 당하게 되는 리카르도. 그러나 스페인 내전에 관한 과거를 묻어버리고 싶어 하는 프랑코 정권은 센테노(Centeno: 미구엘 뻬레 분)라는 인물을 통해 우회적으로 그에게 경고, 협박, 구타, 수감 등의 방법으로 압력을 가한다. 그러나 리카르도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고 끝내 로르카를 죽인 살인자의 정체를 알아낸다.

스페인 내전 당시 의문사한 천재 시인 로르카의 죽음을 플레쉬백 형식으로 담고 영화로, 아일랜드계 학자 이안 깁슨(Ian Gibson)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코카 콜라의 CF 감독으로 유명한 마르코스 쥬리나와 남미 계열의 미국 배우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이다.

영화는 로르카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조차도 위험한 일이었던 1965년에 그의 책들을 연구하러 스페인에 갔던 아일랜드계 학자 이안 깁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이 스페인에서 얻은 경험과 로르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로르카의 죽음'이라는 전기를 출간했는데 이 책을 본 쥬리나가 감독이 로르카의 전기와 랜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영화화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연극 ‘피의 결혼’은 1933년 3월 8일 마드리드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희생물을 바칠 때 가장 많이 사용되던 도구인 칼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신랑에게는 단지 포도를 자르는 도구이지만 그 칼에 남편과 큰아들을 잃은 어머니에게는 처음부터, 그리고 작품 전체에 걸쳐 사랑하는 남자의 몸을 잘라 버린 칼인 것이다.

'칼'은 그냥 칼이 아니라 '은으로 된' 칼이다. 손바닥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칼이기도 하다. 물론 칼은 희생양을 바칠 때 사용되던 도구다.

또한 이 연극에서는 말이 등장한다. 말이 생명력의 상징인 물을 마시기를 거부하고, 울기 시작했다는 내용은 우리에게 뭔가 비극적 사건을 예감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갖고 있는 레오나르도가 등장한다. 로르카 작품에서 늘 상징적으로 언급되는 ‘말’과 레오나르도는 항상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레오나르도가 “들판 저 끝”에서 “땀에 흠뻑 젖어” 있는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 사람들 눈에 띄었고, 집에 돌아왔을 때 말은 세상 끝에서 온 것처럼 눈의 초점을 잃을 정도로 지쳐 있다.

1막 3장에서 하녀는 새벽 3시에 말을 탄 한 남자를 보았으며 그가 레오나르도라고 확신한다. 결혼식에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도 그였으며, 그가 말을 죽을 정도로 몰아 왔다는 하녀의 말에 그는 “죽을 땐 죽는 거죠!”라고 대답한다. 갓 결혼한 신부는 레오나르도에게 “자기 말을 갖고 있는 한 남자는 많은 것을 알고, 사막에 갇혀 있는 한 여자를 많이 옥죌 수가 있지”라고 이야기한다. 교회로 가기 위해 모두 집을 나섰을 때에도 그는 자기 부인과 함께 마차로 가기를 거부하고, 말을 타고 가기를 고집한다. “난 마차를 타고 다니는 남자가 아니야”라고 외치면서.

2막에서 레오나르도 부인이 그를 찾지만 발견하지 못하자 “레오나르도를 볼 수가 없어요. 마구간엔 그의 말도 없고요”라고 했고, 갓 결혼한 신부와 레오나르도가 도망간 것을 알았을 때 부인은 “도망갔어요! 도망갔어요! 그 여자랑 레오나르도가. 말을 타고, 서로 얼싸안고, 바람처럼 갔어요!”라고 사람들에게 알린다. 그들은 ‘말’을 타고 갔고 그 말은 ‘달’이 기다리는 을씨년스러운 숲으로 그들을 데려갔다. 눈에 광기가 서린 이 말은 본능 세계의 상징으로서 레오나르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의 본능이 찾는 대상을 쫓아 달린다. 로르카의 세계에서 본능의 힘은 자연 세계의 일부인 파괴적 속성을 갖고 있다.

결혼식에 초대된 사람들이 신부의 집에 가까이 와 부르는 노래는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즉, 앞으로 새신부가 꾸려 나갈 꿈이다. 새신부와 레오나르도의 의지에는, 그들의 이성에는 각자의 의무와 명예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하다. 레오나르도는 고통스럽지만 다시는 새신부와 이야기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 서로에 대한 적의가 한편으로는 그들 본능에 대한 치료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불변의 힘, 살을 함께 밀착시켰던 쾌감이 레오나르도와 신부를 잇도록 만드는 힘이 된다.

자존심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고, 너를 보지 않고, 밤마다 너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어! 내 위로 불을 끼얹는 일이었어! 넌 시간이 약이고, 별들이 덮어 준다고 믿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어느 누구도 끓어오르는 욕망을 어쩌지는 못해!

3막은 1, 2막에 걸쳐 나왔던 모든 예언들이, 즉 신랑과 레오나르도 가문 간의 적대감으로 표현되는 칼에 대한 집착과 꺾어질 목숨을 대변하는 꽃의 이미지, 레오나르도의 불길한 광기가 서린 말을 언급하는 “말의 자장가”, 그와 대조적으로 레오나르도와 새 신부에게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분위기를 던져 주는 꽃의 이미지들로 가득 찬 결혼 축하 시, 그리고 이것과 또 대조적으로 죽을 남자들과 혼자 남게 될 여자들의 가차 없는 운명에 대한 예언 등이 하나하나 풀어지는 곳이다.

3막은 인간의 법이 아닌 자연의 법, 인간의 순수한 본능만이 지배하는 세계다. 하지만 그 자연의 법을 좇는 데 대한 대가는 피, 달과 피와 성과 본능, 이어 벌어지는 혈투와 죽음의 세계다.

달빛 속에 새신부와 레오나르도가 등장한다. 그들은 이성을 되찾고, 다시는 만나지 말고, 각자 자신의 사람에게로 돌아갈 뜻을 밝힌다. 아쉬움 속에 새신부와 레오나르도는 헤어지려 한다. 바로 그때 달빛 속에 새신부와 레오나르도를 쫓아온 젊은 신랑이 등장한다. 새신랑을 신부에게 팔을 벌린다. 다가가는 신부를 레오나르도가 자신도 모르게 붙잡는다. 이 광경을 보고, 새신랑과 레오나르도의 결투가 벌어진다. 물론 작은 칼을 뽑아들고. 두 사람이 다 죽을 때까지 결투는 계속된다. 둘의 싸움을 말리는 새신부도 피투성이가 된다.

명동예술극장의 ‘피의 결혼’은 새신랑의 어머니가 주인공이다. 어머니로 시작해서 어머니로 끝이 나는 무대가 된다. 스페인 특유의 플라멩코 춤과 우리의 춤사위가 어우러지고, 음악도 서로 다른 악기로 두 나라 고유의 음률과 가락이 배경음악으로 연주된다. 의상과 신발에 이르기까지 이질적인 것이 동질적인 양 조화를 이루고, 한류와 스페인 류가 혼연일체를 이루는 무대로 연극에 구현된다.

도입에 가는 선으로 만든 나무조형물을 배경 가까이 세워놓으며 연극이 시작되고. 후반부에는 실제나무에 가는 선을 얼기설기 엮은 커다란 나무아래에서 극이 마무리가 된다. 또한 무대전체를 덮을 커다란 천을 사용해 출연자의 죽음을 덮기도 하고, 나이테처럼 보이는 문양이 들어간 커다란 가리개를 배경 앞에 늘어뜨려 숲의 정령들의 춤판이 벌어지는가 하면, 배경에 둥근 보름달을 영상으로 투사해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특기할 것은 출연자 전원의 훈련된 플라멩코 춤이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열정적이고 박력이 넘치는 춤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미숙, 이승헌, 김하영, 윤정섭, 이주영, 차 희, 이유신, 이재현, 김아라나, 신명은, 아승우, 김호윤, 방성혁, 양승일, 이은창, 최용림, 박아진, 변정원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무용, 그리고 열창은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시키고, 예술적 세계로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VANN의 김시율, 윤현종, 김예슬, 김소미, 김수진, 이소연의 연주도 극적 분위기 상승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관객을 열정과 흥분의 도가니로 이끌어 간다.

무대디자인 윤시중, 조명디자인 조인곤, 음악감독 김시율, 작곡 미미, 안무 김은규, 플라멩코 구성`지도 송연희, 분장디자인 이하림, 의상디자인 김미숙, 무대제작 김경수, 조안무 김동희 무대감독 김한솔, 음향감독 이채욱, 음향오퍼 서민우, 그 외 스텝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과 연희단거리패 제작,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원작, 이윤택 대본구성 연출의 ‘피의 결혼’을 고수준 고품격의 예술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피의 결혼’은 2014년 아베로 아메리카노 국제연극제 공식 초청되어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공연이 된다고 하니, 연희단거리패의 성공적인 공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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