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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3-28 21: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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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M. Butterfly’는 중국계 미국인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으로 1986년, 국가 기밀 유출 혐의로 형을 선고받은 전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와 중국 경극 배우‘쉬 페이푸’의 충격적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차용한 작품이다. 때문에 작품 전체에 초초상의 슬픈 아리아가 흐르고 있다. 2012년 4월, 연극열전4 두 번째 작품으로 초연을 올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1964년 중국 베이징, 프랑스 영사관 직원 ‘르네 갈리마르’는 오페라 나비부인의 여 주인공 ‘송 릴링’의 도도하고 우아한 자태에 매료된다. ‘송’과의 만남이 계속 될수록 동양 여성의 신비로움에 빠져들어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순간, 국가 기밀 누설죄라는 중대한 사건의 한 가운데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믿어왔던 것들이 눈앞에서 무너지는 모습에 혼란과 환멸을 느끼게 된다.

제목부터가 오페라 ‘나비부인(마담 버터플라이)’에서 따온 연극 ‘M. Butterfly’는 남성과 여성, 동양과 서양이 갖고 있는 편견을 비틀면서 인간의 욕망까지 다루고 있는 수작이다. 오페라에서의 나비부인 초초상은 서양남성들이 동양여성들에게 가지고 있는 환상을 실체화시킨 인물로, 이것은 서양의 제국주의와도 맞닿아 있다.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서양을 남성으로, 동양을 여성으로 비유하면서 입으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눈으로는 유혹한다는 치졸한 강간논리마저 내세우고 있다.

르네 갈리마르가 릴링에게 끌린 것도 그녀가 초초상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핑커튼처럼 완벽하게 사랑받고 싶고 숭배되고 싶은 욕망을 그녀를 통해 이루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그 욕망은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그토록 이상적으로 그려왔던 그녀를 만나 사랑받았으니까.

하지만 릴링이 그토록 고고하고 우아했던 것은 르네의 환상을 깨지 않고 이용했기 때문으로, 그가 원하는 이미지를 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르네의 마음을 유혹하려고, 또 붙잡아 두려고 시작했던 연기들이 어느 새 진짜가 되어간 것이 아닐까? 자신의 정체를 보여주고, 그 모습 그대로 인정받고 싶어진 것은 분명하다.

힘과 권력을 가진 르네, 순종적이고 왜소한 릴링.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정말 힘을 가진 이는 누구였는지, 진짜 힘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케 된다. 힘으로 굴복시킬 수는 있다. 강압적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지만, 진짜 힘이란 것은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신이 의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 수만 있다면 그처럼 무서운 힘이 어디에 있을까?

어느 순간, 뼈저리게 느끼고 깨달았을 진실을 외면한 것은 오직 환상 속에만 사랑하는 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환상을 그는 놓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자신에게 힘을 주고 움직이게 한 모든 것이 허상이 되어버릴 테니까. 그러나 결국 르네는 릴링의 진짜 모습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느껴지고 보이는 모든 것을 외면하면서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했지만 릴링은 르네를 그냥 놓아두지 않았다. 자신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르네를 괴롭히려고 한다기보다는 어쩐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그가 인정해주길 바란 것 같았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두 사람이 함께 이어온 세월은 진짜 의미를 찾을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영영 찾을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르네의 마지막은 허무하고 서글프다. 그는 어느 새 핑커튼이 아닌, 초초상이 되어버렸다. 오지 않을 사랑, 결국 배신당한 마음, 돌이킬 수 없는 시간. 돌아오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다 마침내 자결하는 나비부인처럼, 르네는 하얗게 분칠을 하며 처음 릴링을 만났을 때 보았던 모습을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거울 속에 보이는 모습은 어떠했을까? 추했을까? 슬펐을까? 무릎을 다소곳이 모으고 앉아 목을 긋는 르네.]

상대적인 우월감과 자신만의 판타지에 빠져 스스로를 속이는 삶을 살았던 르네 갈리마르. 그가 바란 것은 어쩌면 ‘사랑’그 뿐이었을 텐데.

초연에서 보여주었던 새장무대를 완벽하게 재연하진 못했지만 벽의 무늬가 마치 창살처럼 느껴져 모든 장면이 갇혀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생각 속에 완벽하게 갇혀 살았던 르네의 삶이 펼쳐져서일까? 그러나 생각의 감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화보다 소설보다 충격적인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진 연극 ‘M. Buttrefly’는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오는 6월 1일까지 공연된다. 여자보다 더 예쁜 김다현과 전성우가 송릴링을, 환상에 갇혀버린 르네 갈리마르에 이승주, 이석준, 이외에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빈혜경배우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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