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4-03-24 12:29:45
기사수정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극단 백수광부의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작 김알리사 역 동이향 윤색 이성열 연출의 ‘과부들’을 관람했다.

이 연극은 군사 쿠데타로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17년간 집권한 피노체트 군사독재정부시절이 배경이다.

피노체트는 1915년 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 태어나 1936년 산티아고에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직업군인이 되어 육군사관학교 부 교장을 지냈다. 1956년 미국 주재 대사관 무관에 이어 제6사단장, 1969년 육군참모장, 1973년 8월 대장으로 육군총사령관이 되었다. 같은 해 9월 육군.해군.공군 및 경찰군 총사령관으로 군사평의회를 결성,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정권을 전복하고 군사평의회 의장에 취임하였다.

1974년 12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1980년 9월 국민투표로 장기집권을 노린 신헌법을 통과시켜 1981년 3월 신헌법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 후 계속되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시한 채 독재정권을 계속하다가 1986년 극좌단체에 의한 암살미수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1988년 10월 대통령 집권연장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여 1989년 12월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파트리시오 아일윈이 당선된 뒤 1990년 3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피노체트가 17년간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공식 보고된 숫자로만 3197명이 정치적 이유로 살해되었고, 수천 명이 불법 감금된 채 고문당하고 강제 추방되었으며, 1000여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남아 있는 등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이로 인하여 1998년 10월 런던에서 영국 사법당국에 의하여 체포되었으나 2000년 3월 건강을 이유로 석방된 뒤 칠레로 귀국하였다.

귀국 후 가택연금 상태에서 인권유린 등의 혐의로 300여 건의 기소를 당하였으나 형사처벌을 받기 전에 2006년 12월 사망하였다. 장례는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고문으로 아버지를 잃은 바첼레트 대통령의 거부로 국장(國葬)으로 치러지지 못하고 군장(軍葬)으로 치러졌으며, 피해자들에 의하여 훼손될 것을 두려워한 피노체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은 화장되었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유태계 아르헨티나 작가로 칠레로 이주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에 종사하다가, 군사 쿠데타로 피노체트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해 30년간 미국에 머물며 반 군부 활동을 벌였다. 미국의 9.11테러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 피노체트가 물러나자 귀국한 후에는 집필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작품 ‘죽음과 소녀’와 ‘경계선’이 1990년대와 2000년대 극단 미추에 의해 공연되기도 했다.

이 연극은 군 주둔지역에서 남성이 모두 차출되어 가거나, 강제 연행된 자의 아낙들이 강가에서 지아비나 동생 또는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엮어가는 내용이다.

무대좌우에 강 언덕이 있고, 무대전면에 강이 흐르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다. 배경 막 가까이 엄청난 크기의 나무를 두 세 그루 세워놓았고, 가지와 잎은 한 덩이가 되어 중압감을 느끼게 되고, 그 오른쪽으로 같은 색상의 덩이가 먹구름을 연상시킨다.

강 언덕은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남편이나 자식을 기다리는 여인들의 망부석 같은 기다림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빨래터로 그녀들의 일상이 묘사되기도 한다. 장면이 바뀌면 언덕은 성당의 고해소(告解所)가 되는가 하면, 인질 구금(拘禁)장소가 되기도 한다.

2부에서는 십자가 상 앞 기도장소와 주둔군 통수권자의 응접실로도 설정된다. 극 중간에 강 언덕이 무대 양쪽으로 들어가면, 드넓은 강의 도도한 흐름을 감지할 수도 있다.

대단원에는 여인들이 수레에 의자를 잔뜩 실어다 놓고 불을 강을 막아 둑처럼 쌓아놓은 장면과 그 앞에 일 열로 늘어서서 집단 사살당하는 장면은 충격적이고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 과부가 강가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는 장면에 시작된다. 과부들이 떼 지어 등장하고, 과부들은 모녀(母女)도 있고, 고부(姑婦)간이기도 하고, 동서(同棲)지간이거나 자매(姉妹)관계거나 친척(親戚) 또는 친구, 그리고 이웃들이다.

과부들의 한결같은 염원은 부친 또는 남편이나 아들을 비롯해 남성가족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 연극에서는 남자들이 장기간 억류되고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가 되니, 엄밀히 따진다면 ‘과부들’이라는 제목은 맞지가 않다.

시체가 한구가 강물에 떠내려 오면 주인공 과부는 자신의 남편이라는 주장을 하고, 주둔군 장교에게 시체의 장사를 지내겠다는 탄원을 한다. 주둔군은 주민의 뜻을 이해하려는 화합 형 대위와 묵살하는 강경파 중위로 대립을 한다.

그러나 주둔군은 죽음의 원인을 두고 자신들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이 불편해, 주인공의 탄원을 거절하고 강경파인 중위는 시체를 가져다 불태워버린다.

시체가 또 떠내려 오고, 과부들이 떼 지어 몰려와 저마다 자신의 남편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번에는 주둔군 대위가 연고자를 가려내고 대위의 인정 하에 과부들이 직접 시체를 거두고 매장토록 한다. 이로 인해 주둔군 대위와 중위와의 갈등이 증폭된다. 향 후 대위는 시체매장을 군주도하에 거행하기로 결정한다.

주둔군 중 한 병사와 미모의 젊은 과부와의 치정행각이 벌어진다. 젊은 여인의 끓어오르는 욕정이 도덕심을 극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여인은 후반부에 강물에 빠져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다.

시체가 또 떠내려 오고, 또 과부들이 몰려드니, 군은 성당의 신부까지 불러들여 증언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신부인들 부패한 망자의 신원을 어찌 구별하랴? 결국 시체는 군에서 끌어다 처리하고, 이로 인해 과부들은 강가에서 촛불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바람이 거센 대서양과 태평양의 경계선에서 촛불시위라니....? 아마 횃불시위가 제격이리라.

억류되었던 남자들 중에 폐인이 되다시피 한 인물이 군의 배려로 귀가한다. 그러나 송장과 다름없는 남자가 어찌 남자구실을 하랴?

과부들의 기다림이 계속되고 이를 저지하려는 주둔군과의 마찰과 갈등이 이어지면서 대단원에서 수레 수레에 의자를 싣고 와 주인공 여인처럼 강둑에 앉아 기다리려는 여인들의 의지는, 주둔군의 집단 사살행위로, 무위가 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예수정이 주인공 과부, 한명구가 대위, 전국향이 주인공의 친구, 이지하가 주인공의 며느리, 김현영이 젊은 과부, 박완규가 중위, 박윤정이 치정녀, 김현중이 치정남, 김민선이 과수댁, 홍시로가 소년, 민병욱이 신부, 김준태가 의사, 그 외 이태형, 최원정, 김란희, 박미란, 김경회, 심아롱, 민해심, 박하영, 유시호, 이반석, 조재원, 김효중, 문법준, 양윤혁, 조현 등이 출연해 각자의 성격창출은 물론 절도 있는 움직임과 조화로운 열창, 그리고 안무에 이르기까지 단합된 호연으로 마치 명 오케스트라의 연주 같은 화음을 극에 부각시켰다.

손호성의 무대는 한 폭의 명화였고, 김창기의 조명역시 명화창조의 일익을 담당했다. 이동민의 분장, 김숙자 이수연 김주현 최정현 정현경의 분장팀, 조만수의 드라마투르그, 장영규의 음악, 장영규 김선의 작/편곡, 김동욱의 음향, 고재경의 움직임, 윤영철의 영상, 김혜지의 소품, 양은숙의 안무, 이은경의 사진, 노 운의 그래픽, 이명진 신동선의 조명어시스트, 김동경의 무대제작, 하동기 김은선 백정희의 조연출, 프로듀서 이희경, 기획 홍보 이정은 황진원 최자연 구슬 등 스텝진의 활약이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백수광부의 아리엘 도르프만 작, 김알리사 역, 동이향 윤색, 이성열 연출의 ‘과부들’을 한 편의 명화같은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hangg.co.kr/news/view.php?idx=1042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