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리스’는 1971년 시카고의 한 실험극장에서 시작,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작품으로, 짐 제이콥스가 대본을 쓰고 워렌 캐시가 작곡했다. 명 프로듀서 로버트 스틱우드가 1978년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존을 주연으로 한 동명의 영화를 제작, 대 히트를 치면서 현재까지 사랑받는 작품이 되었다.
‘그리스(Grease)’란 1950년대에 청년들이 머리에 바르는 포마드기름을 뜻한다. 이 단어 하나로 50년대 황금기를 누린 로큰롤과 청춘들의 이야기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것은 작가 자신이 고등학교 재학 당시 여러 그룹에서 활동하던 Greaser였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브로드웨이의 고정적인 음악에 대한 반감으로 새로운 형식의 음악, 로큰롤이 결합해 만들어진 멋진 작품이 바로 Musical ‘그리스’이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를 맞이한 라이델 고등학교 교정에 대니를 중심으로 한 티버드(T-Bird)파와 리조를 리더로 하는 핑크 레이디(Pink-Lady)파의 여학생들이 방학동안의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이 때, 프렌치가 전학 온 샌디를 데리고 와 핑크 레이디파 친구들에게 인사를 시킨다. 남학생들은 대니의 해변에서 만난 화끈한 그녀와의 이야기를, 여학생들은 샌디에게 순수한 남학생과의 사랑이야기를 듣는다. 그 남학생의 이름이 ‘대니 주코’라고 하자 여자 아이들은 경악하면서 두 사람을 대면시키고, 대니는 자신의 허풍이 들통날까봐 당황하며 상황을 얼버무려 샌디를 실망시킨다.
뮤지컬 ‘그리스’에는 삶을 관통하는 철학은 없다. 허를 찌르는 반전도 없다. 다만,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청춘들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사랑과 우정이 춤과 노래를 통해 부딪혀온다. 직접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상처받고 또 성장하는 시절의 이야기여서 오히려 더 의미가 있다.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10대 후반의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데이트, 자동차극장, 로큰롤, 댄스 콘테스트. 라디오방송...1950년대의 문화일 뿐인데, 그것도 미국의 노동계층 청소년들의 이야기인데도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하이틴 로맨스물의 고전이 된 것은 그리스가 솔직한 작품이기 때문이 아닐까?
청소년 기의 허풍.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양 으스대고 대놓고 자랑한다. 손에 쥔 것이 없기에 더욱 있는 척을 하는 거다. 실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당연하고, 앞으로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거쳐야하는 불안함마저 성장하는 자양분이 되는 시간임에도...
그래서 대니의 허풍이 귀여웠다. 샌디를 좋아하면서도, 계속 신경이 쓰여서 주변을 맴돌면서도 솔직하게 다가서지 못하는 그 마음이 사랑스럽다. 솔직하지 못한 대니와 샌디, 리조와 케니키. 대비되는 커플로 두디와 프렌치, 로저와 잔의 모습들이 다른 듯 닮아 있어서 계속 웃음을 제공한다. 좀 다른 모습이면 어떤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겁다면...
스타의 산실이라고까지 불리는 그리스의 캐스팅은 대니(정민/강민수), 케니키(김보선), 소니(김용규), 두디(이혁), 로저(석재형)로 구성된 티버드 파와 리조(최미소), 프렌치(박현선/강지혜), 잔(김예진), 마티(신윤정), 샌디(이지윤/문희라)로 구성된 핑크레이디파. 학생회장에 김경식, 패티 역에 김수언, 빈스폰테인(라디오 DJ)역에 문지수, 린치 역에 권세정, 스윙으로 김한재, 윤준호, 남궁민희이다.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뮤지컬 ‘그리스’의 힘이다. 신인배우들의 입문 작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 뮤지컬의 춤과 노래를 소화한다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끊임없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쉴 새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귀에 익은 넘버들은 더욱 반갑다. 연말 시상식이나 광고들에 자주 쓰이는 Summer Night을 비롯해 두디의 Those Magic Changes, Greased Lightning, You're the one that want등, 제목은 몰라도 듣는 순간 익숙하고 흥겨운 음악에 절로 신이 난다.
힘차고 역동적인 춤과 신나는 로큰롤 노래는 몸이 들썩거릴 만큼 즐겁다. 티버드 파의 머리를 쓸어 넘기는 동작은 알고 있는데도 웃음을 유발시키고, 2막 시작의 댄스 콘테스트로 무대 위의 열기가 후끈하다.
이전까지 대극장에서 공연했기에 전 시즌을 본 관객이라면 규모가 다소 아쉬울 수도 있지만, 훨씬 가까워진 객석과 달라진 무대덕분인지 공연을 즐기는 데에는 아기자기한 무대가 나쁘지 않다. 유니플렉스1관에서 Open run으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