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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27 19: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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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적의 화장법’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소설을 극작한 작품이다. 창작집단 LAS의 기상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으로 각색/연출은 신명민, 드라마투르그 장지영, 제롬 앙귀스트, 텍스토르 텍셀 역에 이강우, 권동호 배우가 출연한다.

아멜리 노통브는 1992년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문단에 데뷔, 잔인함과 유머를 토대로 상업적으로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여성작가이다. 찬사, 아니면 혹평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로 ‘적의 화장법’(2001)이외에도 ‘사랑의 파괴’(1993), ‘불쏘시게’(1994), ‘반박’(1995), ‘의상’(1996), ‘침범’(1997), ‘머큐리’(1998), ‘두려움과 떨림’(1999), ‘튜브의 형이상학(한국어판-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2000), ‘시간의 옷’(2002), ‘아버지 죽이기’(2012)등 매년 1,2 권씩의 책을 발표하면서 문학적 입지를 쌓아왔다. 아카데미 프랑세즈, 인터넷 어워드 등을 수상했고, 그녀의 소설은 프랑스에서만 250만 여부 팔렸고 31개국 언어로 옮겨졌다.

연극은 소설과 동일하게 시작되고 끝난다. 1999년 3월 24일, 샤를 드 국제공항. 바르셀로나행 비행기 에어 프랑스262편의 운행 지연. 비행기를 기다리던 제롬 앙귀스트 앞에 의문의 남자가 나타난다. 텍스토르 텍셀. 피하고 도망치다 면박을 줘도 도무지 물러나지 않고 끈질기게 이야기를 걸어오는 남자, 마침내 제롬은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제롬과 텍셀의 대화. 책을 읽을 때는 느낄 수 없었던 호흡이 절묘하다. 누구라도 똑같은 반응일 법한 제롬과 독특하다 못해 때론 소름이 끼치게 하는 텍셀의 대화는 기묘하기까지 하다.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없던 제롬은 텍셀의 말에 반응하게 되지만, 끈질기게 말을 걸어오던 텍셀은 제롬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게 되자 혼자만의 이야기에 빠지기 때문이다.

기도로 사람을 죽였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텍셀의 이야기는 음산하고 비뚤어졌음에도 때론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데 이 또한 오싹하다. 이야기의 내용으로는 절대 웃을 수 없음에도 배우의 호연과 호흡이 맞물려 텍셀의 비뚤어진 태도가 가끔은 매력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단지 두 사람뿐이기 때문에 더더욱 긴장감이 느껴졌는데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뒤통수를 얻어맞는 충격을 받게 된다.

냉소적이었던 제롬의 태도가 바뀌어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에도 잃지 않는 텍셀의 제멋대로 사상은 끔찍하고도 장난기가 넘친다. 이 복잡한 감정들 속으로 몰입시키는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했다. 마지막에 소설과 같은 문장으로 마침표를 찍는데 아주 조금뿐인 화면활용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의식 속에 언제나 존재하는 내면의 적. 그도 ‘나’이지만 지키기보다 파괴하길 원한다. 그것이 어쩌면 텍셀이 말하는 ‘적’이 아닐까. 원하지 않는 것마저 강한 힘에 이끌려 저지르게 만드는 ‘적’. 아니 어쩌면 저 깊은 곳에선 원하고 있지만 상식의 세계에서는 결코 손댈 수 없는 것을 일부러 자극해 만족감을 얻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를 파멸시켜서라도.

화장법(化粧法)이란 화장(化粧)하는 방법(方法), 아름답게 꾸미는 방법(方法)을 이야기 한다. 그렇다면 ‘적’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몰아갈 것인가? 피할 수 없는 것이 확실한 ‘적’을 대면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적’. 비뚤어졌지만 본능적으로 욕망에 충실한 힘을 이기는 방법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아름답게 꾸며도 결국 피투성이 적나라한 모습일까? 피칠 갑을 하고도 그 껍데기만 치장하면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대이기에 오싹하다. 피할 수 없는 적을 만나고도 몰라 볼까봐.

책으로 읽어도 충분히 흥미진진하지만 연극으로 만나니 긴장감 넘치는 가운데 한바탕 웃기기까지 하는 두 배우의 호흡이 절묘하고 치열하다. 연극 ‘적의 화장법’은 대학로 가변극장 키 작은 소나무에서 오는 3월 2일까지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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