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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12 13: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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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원영 기자

극단 우인, 연극‘헤르메스’

살아가야 하는 더러움에 대해...자본과 똥 사이에서 ‘Hermes’(작.연출 김태웅)는 성인연극(벗는 연극)을 하면서, 성(性)을 상품화하고, 자본에 물들어 가고, 자본이 되어 가며 점점 나날이 더러워지고 있다고 느끼는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진정한 자본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기 몸을 오물.배설물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세례를 받고 거듭나고 싶어 하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한 때 노동 운동을 하던 남건은 성인연극을 만들어 연출, 대본, 배우, 제작까지 하면서 많은 돈을 번다. 호텔방에서 살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던 중, 같이 공연하는 여배우 유가인이 개런티인상을 요구해오지만 묵살하고 예전에 함께 노동 운동을 했던 형이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도 외면한다. 자신이 자본의 노예가 되는 것 같아 그는 사람을 사서 자신에게 똥, 오줌을 싸달라고 부탁하고...

연극 ‘이’의 김태웅 작, 연출인 ‘헤르메스’는 자본을 갖기 위해서 자신의 가치관마저 내던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건은 자본을 추구하고 누리는 것 같지만 그의 내면에선 아직 노동운동을 하던 자아가 숨쉬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똥’이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아닌 것이다. 비록 자신이 가진 자본을 지키려고 혹은, 늘리려고 더욱 양심을 외면할 지라도.

여러 인물들이 나오지만 역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맹인 안마사인 유정숙으로, 조금 어색한 어투, 손으로 더듬대면서 주위를 살피는 그녀의 몸짓. 평소의 말투가 궁금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가진 것은 없지만 자신이 가진 작은 것으로 베풀고 싶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남건과 확실한 대비를 이룬다. 꾸며대느라 버거운 모습이 아니라서 인상적이다. 모든 것을 줬다가 혹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마저 드러내기보다 지그시 눌러 더 확연히 표현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의 남건은 일부러 소리 지르거나 냉정한 체 하지 않고 죄의식마저 드러낸다. 볼 수 없는 사람이라서 좀 더 자신의 본모습일 수 있었던 것인가? 두 사람의 묘한 동류의식을 보면서 어쩌면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 그저 자신으로 있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에 대한 갈증이 느껴졌다.

자신을 일부러 괴롭혀선 안 된다고 말하는 유정숙의 말을 알아들었다면 아직 남건에겐 희망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알아들어도 변할 수 없는 스스로에게 더더욱 좌절할 것인가? 자본이 자신의 안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지배한다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남건은 자본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를 생포할 때 입구가 좁은 항아리를 둔단다. 바나나를 하나 넣어 두고서. 그러면 원숭이가 와서 바나나를 쥐고는 놓지 못해 결국 잡혀가게 된다. 어리석다며 전해들은 이야기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자본이란 모두의 공통된 욕망이 아닌가? 한번 맛본 자본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모두가 자본이란 바나나를 쥐고 싶은 것은 아닐까? 찬란한 자유를 빼앗길지라도.

연극 ‘헤르메스’는 오는 3월 30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남건역에 이승훈, 김영필이, 유정숙역에 는 강말금이, 맡고, 유가인역에 이안나와 김유진이, 김성미역에 이한님과 김보희가, 전상국&무대감독 역에 이재훈과 김문성이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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