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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2-05 18: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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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단거리패, 연극 ‘하녀들’

끌레르와 쏠랑쥬의 마담 따라하기 놀이는 두 하녀의 삶의 유희이자, 한편으론 음모이고 노래다.배우 배보람의 끌레르가 김소희 배우의 마담을 어찌나 잘 따라하는지 재밌다는 생각도 잠시...하녀들의 얘기에 금세 집중하게 된다. 그녀들은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어서 동경과 광기의 딜레마에 빠진 것같이 느껴졌다.

마담의 연인인 무슈에 대한 하녀들의 태도는 마치 소중한 누군가를 독차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끌레르의 경우엔 마담에 대한 집착이고 쏠랑쥬의 경우는 악의 가득한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맞지 않는 음률 속에 찾아낸 묘한 불협화음처럼 두 사람은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고 성공했다고 여긴다. 묘한 위화감은 조금의 죄의식도 없는 두 사람의 모습 때문으로,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해 그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덮어씌우고 신이 나있다.

결국 두 사람의 두 마음이 더해져 일은 과하게 커지고 순식간에 정체가 들통 나기 시작한다. 마담은 두 사람의 계획을 눈치라도 챈 듯 그 방을 빠져나가버리고 만다. 하나의 실마리로 진실을 찾아내는 추리처럼, 제자리에 있지 않은 화장대위의 물건들이 진실이라도 말해준 것일까? 때때로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 어긋나 있을 때 사람은 예민해지고 진짜를 알게 되는가?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이 작품에서 세 여배우들의 열연이 기막힌 조화를 보여준다. 이 기괴하고 어려운 부조리극에서 조차 한방 웃음을 터뜨리는 황혜림 배우의 발견은 보물찾기에 성공한 아이처럼 마냥 반갑다. 좋은 배우들의 공연은 확실히 작품을 살려준다.

대학로 게릴라극장에서, 마담 역에는 김소희가, 끌레르 역에는 배보람, 쏠랑쥬 역에는 황혜림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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