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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0-12-31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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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봉 교수

이제 2010년도 어느 덧, 하루를 남겨 두고 있다.

연말을 맞아 곳곳에서 송년을 아쉬워하고 축하하는 각종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도 대학에 몸을 담고 있어서 안 그래도 많은 연말 모임에 하나 더 더해지는 것이 사은회다. 지난주와 이번 주에 걸쳐 학과 사은회 일정만 5개가 잡혀 있다.

그 사은회 자리에서 올 해에 내가 화두로 잡고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悅乎(불역열호)”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 가” 라는 뜻으로 논어의 첫 머리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이다.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4년까지(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신흥대학 행정학과는 전문학사학위과정과 학사학위과정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모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학과교수님들과 전공분야를 포함한 많은 분야에 대해서 함께 배우고 때로 함께 익혀 왔다. 그리고 그 함께 추억하고 공유한 시간이 학생들의 기쁨이고, 교수들의 기쁨이고 그 기쁨이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이로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제 어느덧 불혹(不惑)을 넘긴 나이가 되니, 공자님이 말씀하신 學而時習之의 의미가 제대로 이해가 되는 느낌이다. 나는 민주화의 열풍이 대학가를 그리고 사회를 휘감던 87년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시절 선배들이 젊은 열정으로 ‘정의’를 외치고 자신들의 젊은 청춘을 희생하면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외침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임기 하반기의 가장 중요한 국정지표로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學而時習之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공정한 사회’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던 많은 7080세대들이 젊은 시절 외쳐댔던 ‘정의’와 ‘민주’의 의미를 그 동안 끊임없이 배우고(學) 때로 익혀(習) 온 바로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적 가치가 “공정”과 “정의”로 자리 잡을 정도로 우리 사회는 성숙되었고, 발전되었다.

그러나 작금의 국가 현실은 어떠한가?

‘천안함 침몰사건’에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민들은 비분강개(悲憤慷慨)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한미 FTA에 대한 조급하고 미숙한 대응으로 많은 것을 양보한 협상을 했다는 일부의 목소리와 함께 모 장관의 딸로부터 시작된 공공부문에 있어서의 오래된 인사비리의 확인은 이제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한다.

지방은 어떠한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전 시장, 그 조카에게 충성 메시지를 보냈다는 공무원들을 보면 참으로 더 가관이 아닐 수 없다.

만약에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제대로 배우고 익혔다면,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이 발생했겠는가? 2006년부터 시작된 이전의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제대로 배우고 익혔다면, 올해의 협상이 누구를 위한 협상인지 모르겠다는 일부의 비난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 그 전에 각종 인사비리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 되어 온 많은 공직자들과 자치단체장들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으로 배우고 익혔다면, 제2, 제3의 공직비리가 재현될 수 있었겠는가?

이제는 진정으로 우리 정치권이 學而時習之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학’은 ‘배운다’는 의미이다. ‘습’은 ‘익히다, 즉 익숙해지다’는 의미이다. 배워서 아는 것을 익숙해지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실천이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이 한결같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 가”의 의미를 머리로, 가슴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새겨야 한다.

처음 정치에 입문할 때의 그 소신과 신념 그리고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아니 실현해 내기 위해, 이제는 국민의 입장에서 주민의 입장에서 다시 배우고 때로 익혀야 한다. 그러한 치열한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기쁨이 정치인 자신들의 소신과 가치를 지켜내는 기쁨만이 아니라 함께 하는 국민들의 기쁨, 주민들의 기쁨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 기쁨을 통해 우리 지역공동체의, 국가의 이로움이 실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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