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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03 16: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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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걸판의 존 스타인벡 원작, 존 포드 시나리오, 오세혁 각색 최현미 연출의 ‘분노의 포도’를 관람했다.
 



산울림 소극장에서 극단 걸판의 존 스타인벡 원작, 존 포드 시나리오, 오세혁 각색 최현미 연출의 ‘분노의 포도’를 관람했다.


존 스타인벡 (John Ernst Steinbeck, Jr. 1902~ 1968)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고향은 농업 지역이었기 때문에, 스타인벡은 농업 노동자들의 삶을 이해하면서 자랄 수 있었다. 1920년 스탠포드 대학교에 생물학과에 입학했으나 중퇴했다. 대학생 시절 목장, 도로 공사장, 목화밭, 제당공장에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은 훗날 스타인벡이 작가가 되었을 때 밑바닥 인생들의 삶을 작품에 그려 넣는 바탕이 되었다.


대학을 중퇴한 후 ‘뉴욕 타임스’지의 기자로 일했으며, 1929년 해적 소설 ‘황금의 잔’으로 문단에 등장하였고 ‘생쥐와 인간’으로 유명해졌다. 1936년 스타인벡은 미국 공산주의운동을 소재로 한 ‘의심스러운 싸움’(영어: In Dubious Battle)을 발표하였다. ‘의심스러운 싸움’은 1936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공산주의자가 착취당하는 과수원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조직한다는 소설의 내용은 당연히 이념논쟁을 불러와서, 당시 우파들은 공산주의자들의 동정을 끌어 모으려 했다고 비난하였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노동운동이 활발하던 미국 상황을 제대로 묘사한 적절한 것이었다.


1939년에는 노동자들과 같이 일한 경험을 소재로 한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를 발표했다. 스타인벡은 이 작품에 토지 소유주인 은행에 의해 농장을 빼앗긴 톰 조드 일가를 등장시켜, 지주, 은행, 경찰의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고발했다. 그래서 오클라호마 주등의 여러 주에서는 금서로 지정되고, 책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


미국 연방 수사국(FBI)에선 스타인벡을 공산주의자로 의심하고, ‘분노의 포도’가 반미선전에 이용될 것을 우려하였다. 그러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는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에덴의 동쪽’ ‘진주’ ‘달은 지다’을 발표하고, 1961년에 발표한 ‘불만의 겨울(The Winter of our Discontent)’로 존 스타인벡은 1962년에 노벨상 수상작가가 된다.


존 포드(John Ford)는 1894년 출생. 1973년 사망할 때까지 140편이 넘는 영화를 연출했다. 존 포드는 할리우드 서부극 그 자체를 상징한다. 초기 서부극의 스타일을 확립한 ‘역마차’(1939)부터 할리우드 서부극 전성기의 ‘리오 그란데’(1950), ‘웨건 마스터’(1950), 서부극에 대한 자기성찰을 보여주는 후기 걸작 ‘수색자’(1956)와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1962) 등 미국 서부영화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서부극의 걸작을 만든 감독이다.


그는 미 대륙 최초의 횡단철도 건설을 그린 대작 ‘아이언 호스’(1924)에서 감독으로서 인정을 받았으며, 이후 서부극 장르에 매진해 이 장르를 완성하고 성찰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존 포드는 ‘밀고자’(1935)로 첫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이어 ‘역마차’(1939), ‘분노의 포도’(1940, 아카데미상 감독상 수상)와 같은 문제작을 잇달아 낸 후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로 세 번째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았다.


‘황야의 결투’(1946) ‘아파치 요새’(1948) ‘리오그란데’(1950)에서는 액션보다는 등장 인물의 심경 묘사에 더욱 노련한 감각을 보여주었다. 아일랜드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반영한 ‘아일랜드의 연풍’(1952)으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받았으며, 잠시 서부극 장르를 벗어나 있다가 1956년에 발표한 ‘수색자’는 서부극 사상 최고의 걸작이자 가장 중요한 미국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다가 후기 걸작 ‘일곱 여인들’을 마지막 장편영화로 남기고 1973년 사망했다.


‘분노의 포도’는 1940년 존 포드에 의해 영화화 된다. 주연은 헨리 폰다. 원작 소설과는 결말 부분이 조금 다르다. 배급은 20세기 폭스. 20세기 폭스 팡파레를 만든 유명한 영화음악가 앨프리드 뉴먼이 음악을 맡았다. 80만 달러로 만들어 25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도 성공하고 194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존 포드는 감독상을, 톰 조드의 어머니 배역을 맡은 배우 제인 다웰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연극으로는 1988년 9월에는 Frank Galati에 의해 연극으로 각색되어 공연했다. 2014년에는 극단 ‘걸판’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도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2019년 극단 ‘걸판’의 ‘분노의 포도’는 소설이 아니라, 존 포드의 영화 ‘분노의 포도’에 기반을 두어 각색한 작품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일부 구성과 결말은 영화와 다르다.


음악으로는 미국 노동자들의 boss로 불리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1995년 ghost of tom joad라는 앨범과 동명의 곡을 발매했으며, 2000년에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원곡의 조용한 분위기를 메탈 사운드로 리메이크 하여 발표했다.


오페라로는 2007년 2월에는 Ricky Ian Gordon에 의해 오페라로 각색되어 Nathan Gunn 주연으로 공연되었다.


‘분노의 포도’는 오클라호마에서 시작하지만 캘리포니아가 주요 무대다. 캘리포니아는 오랫동안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낙원의 하나로 꼽혀 왔다. 따뜻한 엘 에이(LA)를 꿈꾸는 더 마마스 앤 더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이나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라고 노래한 스캇 맥킨지의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에서 느낄 수 있듯이, 캘리포니아는 햇볕과 활기와 평화를 상징해 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가 언제나 살기 좋은 낙원은 아니었다. 지난 20세기를 돌아보면 이곳에도 빛과 그늘이 존재했다. 그 어두운 그늘을 날카롭게 그린 대표적 소설이 ‘분노의 포도’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구했다 하더라도 턱없이 낮은 임금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지 않는다. 또 농장주들의 교묘한 책동은 이주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집단적 대응인 파업의 중요성을 서서히 깨달아 가는 게 ‘분노의 포도’의 줄거리를 이룬다.


‘분노의 포도’가 발표된 1939년 당시 미국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정부가 들어서 있었다. 대공황 이후의 대규모 실업 및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루스벨트 정부는 뉴딜정책을 추진해 사회통합을 모색했고, 또 나름의 성취를 일궈냈다. 루스벨트 정부의 개혁정책이 전후 미국 사회의 발전은 물론 캘리포니아의 번영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 셈이었다.


“사람들의 눈에는 낭패의 빛이 떠오르고 굶주린 사람들의 눈에는 분노가 서린다. 사람들의 눈에는 분노의 포도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린 분노가 충만하고 그 포도 수확기를 위하여 알알이 더욱 무겁게 영글어 가는 것이다.”‘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구절이다.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스타인벡은 사랑과 연대의 새로운 발견을 강조한다. 그는 전통적 사회주의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랄프 에머슨’ ‘헨리 제임스’ ‘월트 휘트먼’ 등 전통적인 미국 사상가들로부터도 영감과 통찰을 가져왔다.


대단원은 아이를 사산한 샤론의 로즈가 굶주린 남자에게 젖을 먹이는 것으로 끝나게 되는데, 스타인벡은 타자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자각에서 새로운 희망의 단초를 찾고자 했다.


무대는 몇 개의 나무로 만든 조형물이 놓여있다. 이 조형물은 의자구실과 연단 구실을 하고, 차례로 늘어놓으면 톰 조드 일가가 타고 이주하는 트럭으로 사용된다. 소품으로 등장하는 총기도 당시의 라이플에 방불하다. 출연자들은 톰 조드 일가가 생존했던 당시에 널리 유행했던 노래인 ‘마틴 로빈슨(Martin Robinson (1925~1982)’의 ‘홍하의 계곡(Red River Valley)’을 극의 도입에서부터 대단원에까지 때맞춰 부르며 연기한다.


후반부에 부르는 창작곡도 적절한 것으로 느껴진다. 1인 다 역의 등장인물설정이 독특하고, 이념문제나, 위기의 순간, 그리고 고통과 고난을 사실적인 표현보다는 희극적으로 묘사하려는 연출력이 감지되기도 한다. 배우들의 폭발하는 듯싶은 열정적 연기와 노래 그리고 율동도 조화를 이루어 훈련이 잘 된 오케스트라 단원의 협연 같은 느낌이 든다.


유도겸이 톰 조드, 김성관이 짐 케이시 목사, 최현미가 어머니, 도창선이 아버지, 신정은이 할머니, 정문길이 할아버지, 조은진이 샤론, 이동기가 엘, 홍나현이 루시, 조 흠이 코니 리버스, 김수웅이 멀리 그레이브스와 복숭아농장 삼형제 등 출연자 전원의 약동 발랄한 연기와 열창은 조화를 이루어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고 감동을 선사한다.


작곡 편곡 음악감독 박기태, 조연출 음향 정 철, 움직임 백승환, 무대 소품 권민희, 의상 EK 이은경, 조명디자인 김병관, 조명오퍼 정 철, 작사 김향희, 트럭제작 박정길, 사진 김 신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드러나, 극단 걸판의 존 스타인벡 원작, 존 포드 시나리오, 오세혁 각색 최현미 연출의 ‘분노의 포도’를 원작을 뛰어넘는 한편의 불 꽃 같고 폭죽 같은 팡팡 튀는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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