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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08 17: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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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예술공작소 夢相의 황대현 작, 권혁우 연출의 <고린내>를 관람했다.



혜화동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예술공작소 夢相의 황대현 작, 권혁우 연출의 <고린내>를 관람했다.


황대현은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 영상학과 교수다. 연극 <룸넘버13>, <분장실> 등에 출연했고, 연극 <하느님의 나라> <엄니인력 사람들>을 발표 공연했다. '하느님의 나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생각할 때 일그러지고 뒤틀린 모습은 외면하려고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거기에 맞춰 장애인 이야기를 소재로 잡았다"며 장애인의 이야기 중 '섹스'를 다룬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연극 <고린내>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몸을 제공하고 대가를 챙겨 생활하는 여인들의 노년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권혁우는 화동연우회 소속으로 YWCA 시니어극단 <촉>의 상임연출가이자 <예술공작소 몽상>의 대표다. <울울창창蔚蔚蒼蒼 - 십리대숲에 부는 바람> <흙소리, 물소리, 사람소리 – 메.나.리> <그 해 겨울> <서릿빛 소녀> <밥상머리>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성매매를 포함하는 모든 경제 매매 행위는 사유재산의 등장 이후에 생긴 행동 양태이므로 사유재산의 개념조차 없었던 선사시대의 인류에게는 성매매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렇게 생각할 경우 먹어 없어질 음식이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장식 따위를 얻기 위해 성관계를 하는 동물들의 생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물론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는 매춘부가 탄생하는 것은 농경으로 인해 인류에게 사유재산 개념과 계급분화가 나타난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 사이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매춘이라는 행위 자체는 인류의 먼 조상뻘부터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인류 사회는 집단 수렵과 채집에 경제 기반을 둔 공동체 사회였기에 부의 축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했다. 쉽게 말해 사냥하고 채집해서 배만 채우고 나면 그걸로 끝이라 성매매도 이를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기 보다는 일시적인 유흥 정도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허나 문명의 역사와 기록에 남겨진 가장 오래된 직업 중에 창녀가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고대 로마나 그리스보다도 훨씬 이전인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쉬 서사시에서도 창녀 샴 하트가 나오는 판이다. 길가메쉬 서사시의 내용을 전부 받아들인다면 기원전 28세기에 이미 사원매춘이 행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합법적인 매춘업소였다고 하며 로마 제국에도 매음굴과 매춘부들이 넘쳤다고 하니 그 유구한 역사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거기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신인 이슈타르의 신전에서는 의식 중 하나로 매춘을 하기도 했다. 고구려의 여자들 중 매춘에 종사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고 하며 매춘부를 달리 계급의 하나로 고정하여 관리했다는 설도 있다. 로마제국에서는 현직 황제의 부인이 용돈벌이로 비정규 성매매 알바를 뛰었다.


다만, 이에 대해 로마가 신분에 관계없이 매춘이 인정받고(...) 신분에 관계없이 했다는 것은 전혀 옳지 않은 말이다. 메실리나가 매춘을 했다는 얘기는 당연히 그녀가 남편말도 안 듣고 음탕한 여인이라는 걸 부각시키고 그녀의 남편 또한 아내관리도 못하는 무능력한 남편이라는 걸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며 사실여부도 불확실하다. 로마제국도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매춘 일을 한건 사회하층민이나 포주에 고용된 노예였다. 이집트의 경우 대 피라미드로 유명한 쿠푸왕의 공주 중 한 명이 피라미드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몸을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꼭 종교적으로 엄격할수록 매춘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장 칼뱅과 장로교가 지배하던 16세기 제네바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엄격한 곳으로 소문났었는데 이곳에서 결혼을 하지 못한 남자를 상대로 매춘하는 것은 합법이었다. 참고로 종교 수꼴인 탈레반이 지배하던 시기 아프가니스탄에선 겉으론 매춘을 반대하는 척 했고 매춘부를 살해했지만 대신에 남창과 수간이 엄청나게 번성했다고 한다. 물론 공개적으로는 남창도 사형이었지만 워낙 공공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에조차 매춘부가 드나들기도 했다. TV 드라마인 더 보르지아에서도 이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오고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 어쌔신 크리드 2를 해보면 아예 '매춘부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였다' 라고 나오며 이들을 고용할 수도 있다. 물론 플레이어가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이들을 적군에게 보내 유혹하게 하며 정신을 빼놓는 사이 암살자인 플레이어가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 게임 내에서도 이에 관련된 드립이 나온다. 또한 대마 비범죄/합법화 여부가 꼭 선진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성매매 비범죄/합법화 및 공창제 유무도 국가가 발달했는지 아닌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계급사회, 자본주의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하는데 공산주의 소련에서도 암암리에 성매매는 벌어졌다. 특히 2차 대전 직후 점령지인 독일 등지에서 자주 이루어졌고, 소련 본토에도 언제나 존재했다. 1976년에 미국에 망명한 소련군 전투기 조종사 빅토르 벨렌코의 수기에도 부대장이 부대 훈시 중에 자본주의의 폐해로 매춘을 들었는데, 부대원들 대부분이 이미 하고 있던 공공연한 비밀이었기에 간신히 비웃음을 참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무대는 거실이다. 바닥에 자리를 깔고 중앙에 평상이 놓였다. 그 뒤로 낮은 장에 앨범이 들어있고 찻잔과 주전자가 보인다. 상수 쪽에 문틀 같은 가리개가 있고 그 뒤에 백색 드레스를 걸친 마네킹을 세워 놓았다. 무대 앞은 길거리나 호텔 방으로 연출되고 무대 하수 쪽은 내실로 통하고 극장 입구는 외부로 통하는 통로가 된다.


연극은 도입에 성매매 업소로 호객을 하는 삐끼 여인이 등장을 해 관객을 유혹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포주의 집이 주 무대가 되고, 삐끼노릇을 하는 70대 초반과 60대 초반의 여인, 그리고 삐끼 없이 독단으로 성매매를 하는 50이 다 된 여인이 등장을 한다. 이 여인은 대학을 들어갈 나이의 자식이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그리고 포주의 집에는 40대 중반의 두 여인이 있어 성 접대를 한다. 70대와 60대 여인은 호객행위를 하다가 박카스를 팔기도 하고, 관객에게 주기도 한다. 그리고 나이 때문인지 기존의 성매매 가격 이하로도 몸을 제공할 기미를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포주 집에 모여 화투판을 벌이며 시간을 보낸다. 화투판에는 40대 중반의 여인이 자리를 함께 하고, 상스런 성 용어나  욕설을 내 뱉으면, 포주가 화를 내며, 포주 남편이 살아 있을 때에는 고운 말만 썼노라고 여인들에게 호통을 친다. 40대 중반의 여인은 곧 결혼을 할 예정으로 알려져 다른 여인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동년배의 여인은 결혼할 여인에게 진주목거리와 돈 봉투를 미리 주는 모습이 연출된다.


호객행위를 하던 60대 여인은 어쩌다 자식 벌 되는 남성에게 몸을 밀착시킨 후 기존의 접대가격의 열배나 되는 현금을 받고 즐거워한다. 그리고 포주 집에 맥주와 닭튀김을 사가지고 와 한판 벌이기도 한다. 50이 다 되어가는 여인은 홀로 호객행위를 해 왔는데, 자신의 행위를 자식에게 들키게 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40대의 중반의 한 여인은 자신의 행적을 탓하지 않겠다는 남성을 믿고 행복한 마음으로 면사포를 쓰게 되고, 40대인데도 아직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모의 동년배 여인은 다른 여인과는 달리 포주에게 자식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결혼을 한 여인은 꿈같은 신혼생활도 잠시일 뿐 구박과 냉대 그리고 폭력은 물론 남편의 도박 빚까지 꾸려고 동료 여인을 찾는다. 같은 연배의 동료는 자신의 일처럼 처연한 심정을 느끼고 자리를 결혼한 여인을 포옹한다. 그러자 상대는 껴안자마자 몸의 통증을 표하며 움츠린다. 동료가 상대의 옷을 들쳐보고 몸 전체가 폭력으로 멍이 들어 있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따위 결혼을 왜 했느냐고 탓을 한다. 결혼한 여인은 울음을 터뜨리며 자살까지 염두에 두는 듯싶다.


육십 대는 자식 벌 되는 남성에게 연락을 받고 다시 만나 잠자리에 들지만 전과는 달리 모진 폭력에 정신을 잃는다. 목에 토마스 칼라를 하고 절룩이며 돌아온 60대 여인의 모습을 보고 포주는 운명을 탓한다.


50대 여인은 자식이 대학을 가지 않고 돈을 벌어 어머니의 현 생활을 그만두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보이니, 50대 여인은 자살할 심정이 된다. 40대는 동료의 비참한 결혼생활을 알고 난 후 장사까지 안 될 기미가 보이니, 낮부터 음주를 하고 포주가 욕을 하고 꾸중을 하니, 포주에게 마주 욕을 해 대며 대든다.


포주 역시 장사가 예전 같지 않고 벌어들이는 돈도 신통치 않으니 현재 가옥을 팔기로 작정한다. 수십 년 간 포주를 해 오면서 제법 거금을 모은 포주는 대형 주택이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폐업 소식에 당연히 딸 대접을 받는 여인도 반발을 하게 되고, 어머니가 아닌 남 대하듯 포주에게 대들기까지 하지만 희망적인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어찌하랴?


절망적 심정의 50대 여인과 40대 여인은 우연히 술자리에 동석해 서로를 위로하고 자살을 하려던 생각을 떨쳐내자고 서로를 위로하며 다짐한다. 장면전환이 되면 웨딩 송의 연주와 함께 이미 자살을 한 40대 여인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던 장면이 연출된다. 포주와 동료 성매매 여인들이 등장하고 축하를 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 재현되듯 여섯 명의 여인이 객석을 향해 나란히 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용선이 70대 여인, 정아미가 60대 여인, 장연익이 포주, 홍성숙이 자식 있는 여인, 서지유가 미모의  40대 여인, 이미애가 40대 면사포를 쓰는 여인으로 출연한다. 한록수와 장설하가 더블 캐스팅 되어 60대와 40대 여인으로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경륜 있는 연기와 탁월한 성격창출 그리고 발군의 연기력은 관객을 심취시키고 눈물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며 예술공작소 夢相의 황대현 작, 권혁우 연출의 <고린내>를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 속 여인들의 현실과 삶을 적나라하게 투영한 한편의 에픽 시어터(epic theatre)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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