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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28 0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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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예술공작소 夢相의 황대현 작, 권혁우 연출의 <고린내>를 관람했다.



혜화동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예술공작소 夢相의 황대현 작, 권혁우 연출의 <고린내>를 관람했다.


황대현은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 영상학과 교수다. 연극 <룸넘버13>, <분장실> 등에 출연했고, 연극 <하느님의 나라> <엄니인력 사람들>을 발표 공연했다. '하느님의 나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 정의로운 세상을 생각할 때 일그러지고 뒤틀린 모습은 외면하려고 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거기에 맞춰 장애인 이야기를 소재로 잡았다"며 장애인의 이야기 중 '섹스'를 다룬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연극 <고린내>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남성에게 몸을 제공하고 대가를 챙겨 생활하는 여인들의 노년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권혁우는 화동연우회 소속으로 YWCA 시니어극단 <촉>의 상임연출가이자 <예술공작소 몽상>의 대표다. <울울창창蔚蔚蒼蒼 - 십리대숲에 부는 바람> <흙소리, 물소리, 사람소리 – 메.나.리> <그 해 겨울> <서릿빛 소녀> <밥상머리>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성매매를 포함하는 모든 경제 매매 행위는 사유재산의 등장 이후에 생긴 행동 양태이므로 사유재산의 개념조차 없었던 선사시대의 인류에게는 성매매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그렇게 생각할 경우 먹어 없어질 음식이나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장식 따위를 얻기 위해 성관계를 하는 동물들의 생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물론 성매매를 직업으로 삼는 매춘부가 탄생하는 것은 농경으로 인해 인류에게 사유재산 개념과 계급분화가 나타난 후기 신석기~청동기 시대 사이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매춘이라는 행위 자체는 인류의 먼 조상뻘부터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인류 사회는 집단 수렵과 채집에 경제 기반을 둔 공동체 사회였기에 부의 축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희미했다. 쉽게 말해 사냥하고 채집해서 배만 채우고 나면 그걸로 끝이라 성매매도 이를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기 보다는 일시적인 유흥 정도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 허나 문명의 역사와 기록에 남겨진 가장 오래된 직업 중에 창녀가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고대 로마나 그리스보다도 훨씬 이전인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쉬 서사시에서도 창녀 샴 하트가 나오는 판이다. 길가메쉬 서사시의 내용을 전부 받아들인다면 기원전 28세기에 이미 사원매춘이 행해졌다고 볼 수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합법적인 매춘업소였다고 하며 로마 제국에도 매음굴과 매춘부들이 넘쳤다고 하니 그 유구한 역사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거기다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신인 이슈타르의 신전에서는 의식 중 하나로 매춘을 하기도 했다. 고구려의 여자들 중 매춘에 종사하는 비중이 매우 높았다고 하며 매춘부를 달리 계급의 하나로 고정하여 관리했다는 설도 있다.


로마제국에서는 현직 황제의 부인이 용돈벌이로 비정규 성매매 알바를 뛰었다.다만, 이에 대해 로마가 신분에 관계없이 매춘이 인정받고(...) 신분에 관계없이 했다는 것은 전혀 옳지 않은 말이다.


메실리나가 매춘을 했다는 얘기는 당연히 그녀가 남편말도 안 듣고 음탕한 여인이라는 걸 부각시키고 그녀의 남편 또한 아내관리도 못하는 무능력한 남편이라는 걸 조롱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며 사실여부도 불확실하다.


로마제국도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매춘 일을 한건 사회하층민이나 포주에 고용된 노예였다. 이집트의 경우 대 피라미드로 유명한 쿠푸왕의 공주 중 한 명이 피라미드 건설자금 마련을 위해 몸을 팔았다는 기록이 있다.


꼭 종교적으로 엄격할수록 매춘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장 칼뱅과 장로교가 지배하던 16세기 제네바는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고 엄격한 곳으로 소문났었는데 이곳에서 결혼을 하지 못한 남자를 상대로 매춘하는 것은 합법이었다. 참고로 종교 수꼴인 탈레반이 지배하던 시기 아프가니스탄에선 겉으론 매춘을 반대하는 척 했고 매춘부를 살해했지만 대신에 남창과 수간이 엄청나게 번성했다고 한다.


물론 공개적으로는 남창도 사형이었지만 워낙 공공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과거에는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에조차 매춘부가 드나들기도 했다. TV 드라마인 더 보르지아에서도 이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오고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 어쌔신 크리드 2를 해보면 아예 '매춘부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대표적인 직업 중 하나였다' 라고 나오며 이들을 고용할 수도 있다.


물론 플레이어가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이들을 적군에게 보내 유혹하게 하며 정신을 빼놓는 사이 암살자인 플레이어가 자기 할 일을 하면 된다. 게임 내에서도 이에 관련된 드립이 나온다. 또한 대마 비범죄/합법화 여부가 꼭 선진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듯 성매매 비범죄/합법화 및 공창제 유무도 국가가 발달했는지 아닌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계급사회, 자본주의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하는데 공산주의 소련에서도 암암리에 성매매는 벌어졌다. 특히 2차 대전 직후 점령지인 독일 등지에서 자주 이루어졌고, 소련 본토에도 언제나 존재했다. 1976년에 미국에 망명한 소련군 전투기 조종사 빅토르 벨렌코의 수기에도 부대장이 부대 훈시 중에 자본주의의 폐해로 매춘을 들었는데, 부대원들 대부분이 이미 하고 있던 공공연한 비밀이었기에 간신히 비웃음을 참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무대는 거실이다. 바닥에 자리를 깔고 중앙에 평상이 놓였다. 그 뒤로 낮은 장에 앨범이 들어있고 찻잔과 주전자가 보인다. 무대 앞은 길거리로 연출되고 무대 좌우가 등퇴장 로가 된다.


업소의 포주 주변 다섯 명의 여인이 있다. 4 50대의 여인에서부터 6 70대에 이르기까지 몸을 팔기에는 늦은 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40대의 한 두 명 빼놓고는 거리에서 박카스를 팔거나, 헐값에 몸을 제공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60대 여인은 어쩌다 자식 벌 되는 남성에게 몸을 밀착시킨 후 과다한 현금을 받고 즐거워한다.


자식 모르게 몸을 팔다 들키게 된 여인은 자식보다 운명을 탓한다.


40대의 한 여인은 자신의 행적을 탓하지 않겠다는 남성을 믿고 면사포를 쓰게 될 날을 기다리고 있고, 40대인데도 아직은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모의 주인공은 다른 여인과는 달리 포주에게 자식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이들은 나날이 단속을 물론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되고, 결혼을 한 여인은 꿈같은 신혼생활도 잠시일 뿐 구박과 냉대 또는 폭력으로 자살까지 염두에 두게 되고, 육십 대는 자식 벌 되는 남성과 다시 잠자리에 들지만 전과는 달리 모진 폭력에 정신을 잃는다. 포주는 당연히 장사가 잘 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현재 가옥을 팔기로 작정하고 폐업을 하려 한다.


수십 년 간 포주를 해 오면서 제법 거금을 모은 포주는 대형 주택이 있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폐업 소식에 당연히 딸 대접을 받는 여인도 반발을 하게 되고, 어머니가 아닌 남 대하듯 포주에게 대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희망적인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여인들의 울부짖음만이 허공을 맴돌며 신혼생활에서 자살을 한 여인의 망령과 함께 공동 보조를 맞추는 듯싶은 모습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김용선이 70대 여인, 정아미와 한록수가 60대 여인, 장연익이 포주, 홍성숙이 자식 있는 여인, 장설하과 서지유가 미모의  40대 여인, 이미애가 40대 면사포를 쓰는 여인으로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경륜있는 연기와 탁월한 성격설정 그리고 호연은 관객을 심취시키고 눈물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며, 예술공작소 夢相의 황대현 작, 권혁우 연출의 ‘고린내’를 그늘 속 여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한편의 걸작비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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