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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06 22: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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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대고려” 특별전은 광복 이후 고려의 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대규모 최초의 전시이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국외 5개국 12개 기관, 한국 32개 기관(중박 포함) 등 44개 기관에서 주요 문화재 총 390여 점이 출품된다. 관람객은 고려 미술을 한 자리에 모으는 최대 규모의 특별전을 통해 전 세계에서 오는 고려를 만나볼 수 있다.



[강병준 기자]국립중앙박물관의 “대고려” 특별전은 광복 이후 고려의 미술을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대규모 최초의 전시이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국외 5개국 12개 기관, 한국 32개 기관(중박 포함) 등 44개 기관에서 주요 문화재 총 390여 점이 출품된다. 관람객은 고려 미술을 한 자리에 모으는 최대 규모의 특별전을 통해 전 세계에서 오는 고려를 만나볼 수 있다.


918년 태조 왕건은 분열된 시대를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국가를 세웠다. 주변국과 당당히 다원적 외교 관계를 이뤘고 외국인을 재상으로 등용할 만큼 개방성과 포용, 통합 정신을 갖췄다. 대한민국의 영문 명칭인 ‘코리아’라는 국명은 ‘고려인이 사는 나라’ ‘고려인의 땅’이라는 의미에서 유래한다.


우리는 여전히 ‘고려인의 나라’로 불릴 만큼, 고려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중세에 해당하는 고려 역사의 5백년은 많은 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다. 고려에 대한 이미지가 막연한 것은 고려의 수도 개경을 비롯한 정치, 종교, 문화, 역사의 중심지가 북한에 있어 공동체의 기억에서 사라졌고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18년은 고려가 건국한 지 천년이 되는 해였지만, 한국은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고려 천년을 기념하지 못했다. 천년을 놓친 우리에게 찾아온 천백 주년은 더욱 값지고도 절실한 시간이다.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고려 태조 왕건상과 희랑대사의 만남이다. 평양 조선중앙력사박물관에 있는 ‘청동 태조 왕건상’은 개성 현릉에서 출토됐고, 앉아있는 상의 높이만도 138cm에 달한다. 해인사에 소장되어 있는 희랑대사의 조각은 승려 초상 조각으로는 유일한 사례이다. 희랑대사는 왕건의 정신적 지주로 후삼국 시대, 수세에 몰린 왕건을 도왔으며, 고려 건국 이후에는 왕의 스승이 됐다.


태조 왕건이라는 고려의 정치적 상징과 고려의 정신적 가치를 상징하는 희랑대사상은 조성된 당시에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 북한으로부터 온 왕과 남한에 있던 왕의 스승은 천 백년 만에 서울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 태조왕건상, 만월대 출토 금속활자 등 북한에 소재한 문화재의 출품은 남북 분단의 아픈 현대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중세’는 다양한 민족과 국가가 격변하는 시기로, 활발한 물적.인적 교류가 이뤄졌다. 역사서에는 이런 교류에 대해 단편적으로 기록했지만, 현재 남아있는 미술품은 고려가 일본.중국의 다양한 왕조와 활발하게 교류했던 모습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고려는 앞선 왕조가 지닌 문화적 전통을 배척하지 않고 다원적인 태도로 융합했고, 주변국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요소를 수용하여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한국문화 최고의 전성기를 이뤘다. 


또한 고려는 때로는 강력하면서도 섬세한 나라였다. 사람의 정서와 감정을 포착하고 그것을 색과 재료, 기술적 성취를 통해 미술로 구현했다. 도전의 결과로 인류가 모은 지혜, 완숙한 미의 정점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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