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11-02 23:48:41
기사수정
당산동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 블랙홀에서 류 성 작 연출의 <진숙아 사랑해>를 관람했다.



당산동 창작플랫폼 경험과상상 블랙홀에서 류 성 작 연출의 <진숙아 사랑해>를 관람했다.


류성(1975~)은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 극단 경험과상상의 대표인 작가 겸 연출가다. <화순1946>, <리어 누아르>, <어떤 사랑> <투명인간> 뮤지컬 <화순>,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 <체홉의 단편선>그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생활연극협회 충북 영동 심천공연에도 참가했다.


<진숙아 사랑해>는 1970년대의 청소년들이 일을 하던 공단이 배경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말까지 전국 각 지역에 공단이 들어서고, 공단 산업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근로청소년 중 50%가 겨우 초등학교를 마쳤을 뿐이었다. 그래서 1976년부터는 산업체에서 일하는 근로 청소년들에게 학력과 교양 그리고 근로의욕을 북돋워주며, 나아가 산업 활동에 필요한 진보적인 직업 기술을 습득하도록 ‘산업체 특별학급’을 설치해 수업료와 입학금, 기타 공납금을 일체 내지 않고 중등교육을 받도록 했다.


말 그대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주경야독’을 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신파 같은 이야기지만 여동생이 구로동이나 평화시장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오빠를 대학에 보내는 근대적 남성우월주의 시대를 그대로 답습하는 시절이었다. 오늘날의 노동법이나 여권 신장 같은 것은 사회적으로 ‘사치’에 불과했다. 


당시 근로 청소년들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야근과 특근은 기본으로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는 것이 일과였고, 잠 안 오는 약을 먹어가며 밤을 새워 일을 해야 하는 것도 예사였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생기는 법. 국가는 조국 근대화를 이루며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산업화의 그늘은 더욱 짙어만 갔고 그 바탕에는 근로청소년들의 희생이 있었다.


<진숙아 사랑해>는 바로 당시의 근로 청소년 중 여공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세미 뮤지컬로 연출된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유신시대이고, 경상도지방의 한 방직공장이다. 여공들이 주인공이고 당대 인권의 사각지대나 다름없고, 노조조차 결성되지 않은 여공들의 수난을 연극에 그렸다. 당시의 시대적 풍조와 여공들의 생활상, 그리고 여공의 사랑과 그 주위를 맴돌던 건달의 행태와 당대의 대중가요가 연극 속에 맥을 이룬다. 그러다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사망과 유신시대의 종말과 함께 연극도 끝이 난다.


연극은 도입에 1970년대 저녁의 일정한 시각에 애국가와 연주소리와 함께 국기계양대의 태극기가 하강하던 정경이 그려지고, 행인들이 정지해 국기에 경례를 하던 모습이 연출된다. 주인공은 봉제공장에서 일하는 김진숙이다. 배경 쪽 뚫린 공간에서 재봉 일을 하는 동료들이 소개가 되고 각자의 집안 사정이 소개가 된다. 재능과 교육과는 별개문제이듯 여공들의 노래솜씨가 직업가수에 못지않게 펼쳐진다. 공장 측에서 제때에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던 상황도 묘사가 되면서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형사가 등장을 해 혐의를 받는 여공을 다그친다. 여공은 부정을 한다. 하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해직을 당한 여공은 유곽에 나가 일을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유곽에서 마이크를 잡고 열창하는 여공들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여공들 주위를 배회하는 건달이 등장을 하고, 주인공은 건달과 가까워진다. 건달이라고 진정한 사랑이 없으랴?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주인공 진숙은 책을 가까이 한다. 그런 모습에 관객까지도 주인공에게 살포시 마음을 열게 된다. 그때 학생시위소리가 들려온다.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고함이 천지를 진동한다. 시위하던 학생이 군경을 피해 진숙에게 도망쳐 온다.


진숙은 친동생처럼 시위학생을 돌봐준다. 건달이 등장해 학생을 피신시킨다. 계엄군이 들이닥쳐 학생이 두고 유인물 가방을 가지고 있는 진숙을 체포해 간다. 끌려간 진숙은 유인물로 해서 고문을 당한다. 고문뿐이 아니라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도 설정이 된다. 바로 그때 갇혀있던 방문이 열리고 밝은 광선이 비추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이 방송을 통해 들려온다. 마지막 장면은 진숙을 심문하던 형사가 벽에 걸려있는 박정희 대통령의 사진을 떼어내며 자신의 가족에게 일을 끝내고 여행을 가야겠다고 전화를 하는 장면과 주인공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희망찬 합창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류 성, 이영매, 한덕균, 신현경, 이상희, 김한봉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1인 다 역으로의 열연 그리고 열창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조명 무대디자인 류 성, 음향오퍼 오희진, 조명오퍼 박다솜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경험과상상의 류성 작 연출의 <지숙아 사랑해>를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 세미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할용해주세요.

http://hangg.co.kr/news/view.php?idx=4853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리스트페이지_R001
최신뉴스더보기
리스트페이지_R002
리스트페이지_R003
리스트페이지_004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