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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1-01 15: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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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김광섭 기자]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죄를 선고한 200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4년 3개월 만에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가 병역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모씨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 대 4(유죄) 의견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창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오씨가 병역거부 사유로 내세운 병역거부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소극적 양심실현의 자유’로 인정해 “형사처벌하는 것은 양심자유에 과도한 제한이 되거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일률적으로 병역의무를 강제하고 불이행에 대한 형사처벌 등으로 제재하는 것은 소수자에 대한 관용이라는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면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에서 규정한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무분별한 병역거부가 이뤄지지 않도록 구체적인 사건에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삶의 일부가 아닌 전부가 그 신념의 영향력 아래 있어야 하고,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신념이어야 하며,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은 신념이어야 한다”면서, 병역거부자가 내세운 병역거부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신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가정환경, 성장과정, 학교생활, 사회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아울러 살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소영.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 등은 “기존 법리를 변경해야 할 명백한 규범적, 현실적 변화가 없음에도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면서 반대의견을 냈다.


특히 김소영.이기택 대법관은 “대체복무제 도입으로 해결해야 할 국가 정책의 문제”라면서, “이 사건은 헌재 결정으로 사실상 위헌성을 띠게 된 현행 병역법을 적용해 서둘러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체복무제에 대한 국회입법을 기다리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다수의견을 반박했다.


조희대.박상옥 대법관도 “(다수의견) 심사판단 기준으로 고집하면 여호와 증인신도와 같은 특정 종교에 특혜가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양심 자유의 한계를 벗어나고 정교분리원칙에도 위배돼 중대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관련 소송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0월 31일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종교·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227건 모두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구제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은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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