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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25 05:42:15
  • 수정 2018-05-25 05: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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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우리의 삶은 민주주의라는 자유를 표방한 제도 아래에서 또 다른 계급이 존재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민주주의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자본주의가 우리를 물질과 돈의 또 다른 노예로 만들고 지위를 만들었다. 하지만 계급사회의 존재가 인정되고 당연시 되던 과거와는 달리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그 계급에 속박되어 있지는 않다.

 

과거와 다른 점은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보편적 가치와 진리에 대해 교육 받아왔고, 인권과 타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 또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계급, 지위, 권력이라는 표면적인 것보다 그것을 제외한 본질적인 인간 대 인간의 관계를 바라볼 수 있다. 하나의 객체, 하나의 인격체로 각자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남녀노소 모두 그저 각각의 자의식을 가진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페라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하다. 이 작품에서 문제의 시발은 박사장의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의 행동의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그는 자신의 행동으로 상처받고 고통 받을 타인, 아니 자신의 주변인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일까? 6 7살이 되어 이제 막 글을 깨우치는 어린 아이들도 선과 악, 옳고 그름의 개념을 인식하기 시작하는데 어째서 너무나도 어른인 그는 자신의 부인을, 자신의 비서를 그리고 자신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외면 한 것일까? 그 어느 쪽이라 할지라도 박사장의 행위는 타당성과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조금 현실적으로 돌아와 이야기 하자면, 오히려 윤리적 도의적 잣대는 지위, 권력, 명예를 갖은 사람들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경제적, 정신적인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리'를 갖은 사람의 비윤리적 행동이 더 비난 받는 것은 그 자리의 책임이고 대가이기에 어느 정도 당연하다. 힘에는 권리뿐 아니라 책임과 의무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결혼하여 아내가 있는 The C 엔터테인먼트 대표 박사장은 직원들 사이에서 바르지 못한 행실로 기피대상이다. 비서인 혜리에게 행하는 잦은 성추문과 추행은 그 도를 넘은지 오래고, 그의 부인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혜리의 결혼을 앞두고 박사장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혜리와 박사장의 아내. 너무나 심각한 문제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블랙코미디인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웃고 있는 혜리와 박사장의 아내 노연정 사모의 마음이 현재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더욱 마음이 먹먹해진다.

 

마치 하나의 작은 해프닝을 정리하는 사람들처럼 태연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그들은 마치 진정 대인배인 것일까? 아마도 보여지지 않고, 비춰지지 않아도 그 상처는 그자리 그곳에 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당시 계급의 문제를 성()과 결부시키면서 사회적 비판의 성격이 강한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나폴레옹이 프랑스 혁명은 이미 피가로의 결혼에서시작되었다.” 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정확히 집어냈다. 그리고 지금 2018년의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역시 현대 사회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투영하고 있다는 점에 원작의 핵심을 충분히 이해하고 발현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주로 대극장에서만 이루어 지던 오페라를 아름다운 색감의 소극장에서 만난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게다가 모차르트의 작품에 현대의 시대상을 정확히 투영한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는 오히려 그 시대의 아픔까지, 그 사회의 문제까지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원작의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11명의 솔리스트들이 등장하여 인간관계의 복잡하고 혼돈스러움을 표현한다. 그리고 썸타는 박사장 길들이기에서는 마지막 얽히고 설켜 누가 누구의 연인인지 알 수 없는 장면으로 엔딩을 장식한다. 소극장이라는 그리고 적은 배역으로 오페라를 올리면서도 원작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표현해 냄에 진정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한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현 시대의 오페라를 만난 것에 마음이 벅차 오른다. 대중과 소통하는 그리고 대중을 위로하는 잔잔한 울림이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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